앵커: 북한에 26년째 강제 구금된 가족의 송환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오길남 박사는 11일 한 달 만이라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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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도이췰란드 유학 중이던 1985년 병을 앓고 있던 아내를 고쳐주겠다는 북한의 말에 속아 가족과 함께 북한에 들어 갔다 이듬해 홀로 탈출한 오길남 박사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존스 홉킨스 대학 국제대학원(SAIS)에서 11일 열린 행사에서 헤어진 가족과 한 달 만이라도 상봉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오 박사: 헤어진 지 26년이 됐습니다. 물론 그 동안에 저의 두 딸은 계속 세뇌를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뇌를 하더라도 제 딸, 혜원과 규원이의 아버지에 대한 원래의 감정은 세뇌로 부서지지 않았을 겁니다. 저와 두 딸이 예를 들어 독일에서 처음 만나면 두 딸은 아버지의 말을 부인할겁니다. 그러나 같이 지내는 동안, 하루하루 달라질 겁니다. 원래의 감정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가, 유엔이나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이 두 딸의 유럽 방문 계획을 만들어서 저와 두 딸이 최소한 한 달 정도만 같이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저의 두 딸도 자유롭게 진심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행사에 함께 참석한 최홍재 남북청년행동대표는 일본인 납북자들의 경우를 예로 들며 북한이 아무리 세뇌를 하려 해도 오 박사의 두 딸을 완전히 세뇌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들의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으로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일부 납북자의 일본 방문을 허용했던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최 대표는 오 박사가 가족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대표: 북한에 의해 납치되었던 일본인 납치자들의 사례가 있습니다. 그들도 북한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세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와서 잠깐 체류하는 동안 그들은 부모를 택했습니다. 문제는 (오 박사의 두 딸) 혜원이 규원이가 아버지와 자유로운 만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최 대표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오 박사의 가족 송환 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북한 당국이 오 박사의 두 딸을 평양으로 옮기고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이것은 북한 당국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반응하고 있다는 중대한 신호라고 강조했습니다. 오 박사의 두 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한이 오 박사의 두 딸을 국제사회와의 협상에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 박사는 특히 미리 준비해 온 영어로 된 호소문을 통해 북한에 강제 구금된 가족을 구하는 것은 수 십만 명의 북한 정치범 수감자들을 구하는 첫 번째 단계라면서 참석자들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오길남 박사는 납북된 이듬해 북한 당국이 사상교육을 한 후 유럽으로 돌아가 다른 젊은이들을 북한으로 유인하라는 지령을 내리자 유럽 도착 즉시 탈출했고 최근 두 딸과 아내 신숙자 씨를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서 목격했다는 탈북자의 증언에 따라 이들의 송환 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로베르타 코헨 공동의장도 오 박사 가족 문제를 위해 유엔과 비정부기구가 힘을 합쳐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