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오길남 씨 “아내· 딸 구해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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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찾아달라는 오길남 박사의 절절한 소망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한 가운데 있는 국회의사당에 울려 퍼졌습니다.

정영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8차 북한인권의원연맹(IPCNKR) 회의장에서 ‘통영의 딸’의 무사귀환을 기리는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가 상영됐습니다.

<사운드 음악> “정말 바보였습니다. 북행을 결정한 것은 정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짓이었습니다.”

회의장에는 단란했던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혼자 떠나온 오길남 박사의 속죄의 말이 절절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한국, 미국, 캐나다, 폴란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국회의원들과 참가자들이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영화를 지켜봅니다.

경제학 박사였던 오길남씨는 독일에서 유학하던 중, 1985년에 북한 공작원들에게 속아 넘어가 두 딸과 아내를 데리고 북한에 입국했습니다.

하지만, 부인 신숙자씨의 권유로 1년 뒤에 혼자 북한을 탈출합니다. 당시 북한을 탈출하면서 ‘길어야 석 달이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만날 것‘이라고 안심하고 떠났던 것이 장장 25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오길남 씨는 탄식합니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관계자들과 함께 워싱턴으로 달려온 오길남 박사는 12시간 이상 차이 나는 시차 때문에 어젯밤 변변히 쉬지 못한 듯 충혈된 눈을 하고 증언대에 섰습니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세계 양심 앞에 아내와 딸을 구원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도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라도 정말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저의 아내와 딸이 제발 살아서 부둥켜안고 울어보고 싶습니다. 짐승이 아닌 인간의 울음으로……”

자신을 평양으로 갈 것을 권유했던 윤이상 씨로부터 받은 몇 장의 가족사진과 또 요덕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한 탈북자들의 증언에서 자기 가족들이 살아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지금껏 꿋꿋이 버텨왔다고 그는 토로했습니다.

이번에 오길남 박사와 함께 온 한국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통영의 딸’을 구출하기 위한 운동을 세계적 범위에서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이곳에 참석하신 우리 NGO들이 신숙자씨와 두 딸을 구출하기 위한 청원서를 18일 유엔에 제출할 목적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서명에 동참한 사람이 벌써 10만 명을 넘었다면서 인권을 존중하는 외국인들도 서명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길남 박사는 약 한주일간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워싱턴과 뉴욕을 돌며 유엔본부 및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자를 면담하고, 엠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등을 방문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