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교화소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교화소 내에서는 집단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망자가 있을 경우 사체 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지난 달 7일 유엔 본부에서 사상 최초로 북한인권설명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수용소(prison camp)는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노동교화소(reform through labor camp)의 존재는 인정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잔꾀를 낸 것입니다.
그런데 북측이 인정한 교화소에서도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이금순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서울에서 열린 ‘샤이오’ 인권 포럼에서 발표한 ‘북한 교화소 내 인권 실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열악한 위생환경과 만성적인 영양부족, 그리고 중노동으로 인해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구타로 인한 사망자 발생 시, 사망 원인을 구타가 아닌 다른 이유로 거짓 보고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사망자 발생시 사체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망 소식은 가족들에게도 바로 통보되지 않으며, 가족들이 면회를 와서야 알게 된다는 증언이 반복적으로 수집됐다”고 이금순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금순 선임연구위원: 저희가 이렇게 교화소 실태를 집중 조사한 것은 북한정치범수용소 못지 않게 교화소 내 인권실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화소 내 가혹행위는 수감자 중에서 뽑힌 ‘반장’에 의해 더 심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반장이 되면 수감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경우 반장이 되려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기도 한다”고 이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전거리 교화소와 개천 교화소 등에 수감된 적이 있는 탈북자 97명을 면접조사해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북한에는 교화소가 함경도 12곳, 강원도 6곳, 평안도 5곳 등 최소 31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편,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샤이오’ 인권포럼에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샤이오’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장소인 프랑스 파리의 ‘샤이오 궁’에서 따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