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납북자 송환 결의안’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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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은 13일 본회의를 열어 6.25 전쟁포로와 민간인 납북자의 생사 확인과 즉각 송환을 북한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미국 의회가 6.25 민간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처음으로 이 문제를 국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은주 인턴 기자가 보도합니다.

13일 밤 9시40분께 미국 의회 하원 본회의장.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달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6.25 전쟁포로와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 (H.RES.376)'의 하원 본회의 심의와 의결을 요청합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하원 결의안 376호 수정안 심의를 요청합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결의안이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찰스 랭글 하원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점을 언급한 뒤 미군 전쟁포로와 실종자에 대한 생사확인과 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이 중요한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 하원은 과거 한국전쟁 참전용사뿐 아니라 현재 냉전의 마지막 전장인 비무장 지대에서 근무중인 미군들에도 경의를 표할 수 있습니다. 결의안 통과에 강력한 지지를 호소합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 행정부가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북한과 협상 때 그 대가를 투명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습니다.

[로스-레티넌] 과거처럼 지폐 뭉치가 든 가방을 미군 유해 발굴의 대가로 북한군 장성에게 그냥 건네는 대신 미국 국방부가 투명한 방식을 이용하길 희망합니다.

그는 특히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 가족이 지구 반바퀴를 날아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이날 결의안 통과를 직접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 6.25 당시 아버지를 북한에 납치당한 뒤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납북자 가족 대표가 이곳 의사당에 지금 와 계십니다. 그 외에도 8천명의 미군 실종자와 10만 명의 한국 민간인 납북자의 가족이 아직 생사 확인조차 없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동료 의원들이 결의안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주길 요청합니다.

이어 결의안 제안 설명을 위해 단상에 오른 랭글 하원의원은 결의안이 미국의 진정한 우방인 한국민이 겪은 고통을 감싸기 위해서 발의됐다고 밝혔습니다.

[랭글 하원의원] 한국민들은 그동안 충분히 고통받았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진정한 친구입니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강력한 중심이 됐고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역 상대가 됐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도움을 달라고 얘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도 납북자 결의안에 대해 의회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을 호소했습니다.

[에드 로이스]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곤 하는 데요 우리는 결코 한국전쟁 희생자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오늘 이 결의안 채택을 통해 미국 하원이 한국전쟁 희생자와 그 가족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길 희망합니다.

이처럼 미국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하원 결의안 376호는 심의 15분 만에 일사천리로 채택됐습니다.

한편 이날 밤 늦은 시각까지 미국 하원의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 처리를 의회 방청석에서 가족과 함께 직접 지켜본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매우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그는 이날 하원 결의안 채택으로 전시 납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첫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미일 이사장] 사랑하는 사람, 가족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나아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에 전시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국제법에 따라 북한에 대해 모든 조치를 다 취해 나갈 겁니다.

이날 미국 하원이 채택한 결의안은 6.25 전쟁포로와 실종자 문제의 해결에 미국,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북한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은 특히 북한이 10만 명이 넘는 남한의 민간인을 강제로 납치해 아직까지 억류중인 사실을 인정하고 제네바 협약에 따라 이들을 즉각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내라고 요구했습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랭글 하원의원은 결의안에 명시된 대로 앞으로 전시 납북자 문제를 미국 국무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향후 미국과 북한 간 관계 개선에 따른 양자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납북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한편, 애초 결의안 초안을 랭글 의원 측에 전달한 한국 국회의 박선영 의원은 미국 하원의 납북자 결의안 채택이 궁극적으로 전시 납북자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꼽았습니다.

[박선영 의원]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대량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박 의원은 이를 위해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대량살상 혐의로 김 위원장을 제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하원이 처음으로 채택한 6.25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안이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다 돼 가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전시 납북자 문제를 국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