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설 이산가족 상봉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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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측이 '설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는 남측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좋은 계절에는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좋은 계절'이 뜻하는 바에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명의로 9일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이 6일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현재는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유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곧 벌어지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을 “맘 편히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미 연례 군사훈련은 2월말부터 4월말까지 진행됩니다.

북측은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이고 남북대화도 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북측은 “좋은 계절”이 오면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건도 붙였습니다. 우선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게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미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남측이 북측의 “제안”을 협의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협상에 남측이 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말을 종합해 보면 노림수를 알 수 있다면서, 우선 ‘좋은 계절에 마주 않을 수 있다’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맥락을 보면 지금은 겨울이라 고령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봄이 오면 일정을 다시 고려해 보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봄이오는 3월은 한미 군사훈련 시기와 겹칩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북한이 말하는 "좋은 계절"이라는 것은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3월을 뜻하는 것 같은데요. 이는 결국 이산가족 상봉을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 또는 축소와 연계해서 협상 카드로 사용하거나, 결렬시에는 책임전가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이날 북측의 통지문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김의도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북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측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날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북관계의 개선도 늦춰지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남북간 관계개선이 선행돼야 북한과 대화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