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가족 상봉 수용 못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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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6일 남한정부가 제안한 설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거론하며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 말고도 말 못할 또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지난 2010년 10월 2박 3일간(10/30~11/1) 금강산에서 진행된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했었다는 함경북도 주민은 “이번 설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는 남한정부의 제안을 북한당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자신이 과거 상봉행사에 참가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 당국이 주장한 정치적 이유 외에도 상봉행사를 위한 준비시간이 너무 촉박해 애초부터 설 명절을 전후해서는 성사가 불가능한 제안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대상자를 선발한 후에 이들을 평양에 모아 한 달 이상 사상교양을 하는 한편 제대로 먹지 못해 바짝 마른 사람들은 잘 먹여서 살찌우는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자신도 한 달 넘게 사상교양과 함께 충분한 영양보충을 받았다고 밝힌 이 주민은 이런 사전 작업들을 하자면 최소한 상봉행사 2~3개월 전까지 상봉에 참여할 이산가족 선발을 마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측이 상봉행사에 합의를 한다 해도 장소는 금강산 등 북한 지역에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 주민은 “행사장소에 대한 준비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해내기는 불가능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자신이 상봉행사를 가졌던 금강산 호텔엔 도청장치와 비밀 카메라 장치가 물샐 틈 없이 설치되었다며 이런 준비를 하자면 한 달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밖에도 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동원되는 봉사원(도우미)의 선발과 교육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2010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나왔던 남녀 봉사일꾼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국에서 뽑은 보위부 정예요원들이었다”며 “이들을 선발하고 교육하기에는 한 달이란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주민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한편 함경남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남쪽에 이산가족을 둔 북한 사람들은 상봉행사참석을 크게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 때 남조선 가족들로부터 받은 선물과 현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당국에 빼앗기는데 상봉행사에 다녀오면 이웃 사람들의 한턱 내라는 성화를 못들은 채 할 수 없어 이산가족 상봉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상봉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은 보위부의 특별 감시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또한 이산가족 상봉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