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금까지 몇 차례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마다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산가족들에게는 상봉대상자로 선정되어 행사에 참가하는 자체가 두렵고 곤혹스러운 일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헤어져 살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들 간의 상봉행사는 짧은 순간이나마 흩어져 살고 있던 가족들이 만남을 가지는 감격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이산가족을 두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소식이 나올 때마다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라고 북한 주민소식통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같은 소식을 전한 함경남도의 한 주민은 “이산가족들이 흩어진 가족을 만나고 싶은 심정이야 남이나 북이나 다를 게 없다”면서 “하지만 남쪽에 이산가족을 두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게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쪽에 이산가족을 두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당국에 의해 적대계층으로 분류되고 있어 평소에도 감시를 받는 처지인데다 상봉행사에 참가하고 나면 그 후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상봉행사에 나서기를 꺼린다는 것입니다.
상봉행사에 나가려면 개인적으로도 경제적 부담이 클 뿐 아니라 한 달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고 행사가 끝난 후에도 시끄러운 일(골치 아픈 일)이 많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북쪽 참가자는 본인이 희망하는 것이 아니고 당국에서 선정해준 사람만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상봉행사 참가자로 선정이 되면 참가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평소에 남한에 이산가족이 있다는 것을 자식들에게까지 숨기고 살아온 사람들 중에는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이 상봉 신청을 해오는 바람에 들통이 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 북에 있는 이산가족들은 반갑다는 느낌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의 이산가족 당사자들과 그 자식들 간에는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열망의 차이가 크다는 얘깁니다.
이 소식통은 “나이가 많은 북쪽의 이산가족들은 살아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지만, 그 2세들은 당국의 감시와 눈초리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미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한 북한주민들 중엔 남쪽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행사 자체를 별로 반기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