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가족상봉 장소문제로 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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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오는 2월 17일부터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갖자는 남한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시간을 끈 이유가 상봉장소로 예상되는 외금강 호텔의 시설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어제(3일) 남북은 이산가족상봉행사 실무접촉을 오는 5일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산가족 상봉날짜를 남한 측에 일임했던 북한당국이 설 연휴 이전에 남측이 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상봉행사를 갖자고 한 제안에 대해 일주일 넘게 침묵을 지켜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애를 태웠습니다.

북한 측이 그동안 상봉날짜에 대해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가 행사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외금강 호텔 시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설날 직전 동남아의 한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 출장길에 나선 북한 국방위원회 소속 간부를 변경도시에서 만나 북한이 대답을 안 하는 이유를 물어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북한간부는 그 이유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장소로 예정된 외금강 호텔의 난방시설과 수도 배관 등이 추위로 동파되는 등 당장 수리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증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얘기를 듣고 보니 북한이 남한 당국의 상봉행사일정에 바로 회신을 하지 못했던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한국이나 중국 같으면 단시일 내 수리보수가 가능해 큰 어려움 없겠지만 현재 북한사정으로 단기간 내 수리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남한 측에 행사날짜를 위임해놓고 남한이 제안한 날짜에 시설문제로 인해 행사개최가 어렵다고 솔직하게 밝힐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는 것이 소식통의 추론입니다. 게다가 날짜를 연기하자면 한미 합동군사훈련 기간과 겹치게 되어 쉽게 답하기도 어려웠을 거라는 얘깁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를 지휘하고 있는 통일전선부가 금강산 현지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남한 측에 날짜를 위임한 것이 실수였다고 이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김정은 제1비서의 체면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0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한 북한 주민의 증언을 통해 상봉행사 당사자들이 사전에 약 한 달간의 집합 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과 상봉장소의 시설보수 등 북한 측의 준비기간이 최소 2달 이상 소요된다고 보도한바 있습니다.

남북이 실무접촉에 합의했지만 북한내부 사정과 맞물려 정치적 변수가 많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앞으로 남북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