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환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열린 5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과 북한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열린 5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오른쪽)과 북한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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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정부는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은 5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남북한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합의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젠 사키 대변인: 당연히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잡은 걸 환영합니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이번 합의는 분명히 그런 사례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행사가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 직전에 열리는 데 대해 이번 훈련이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는 한국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한반도와 지역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사례로 볼 때 북한 측이 갑자기 행사개최를 취소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로 합의된 상봉행사 일정이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과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재차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터프츠(Tufts)대학 이성윤 교수의 말입니다.

이성윤 교수: 필연적으로 이번에도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 안 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2주 후에, 예를 들어 김정일 생일을 전후로 해서 한미 군사훈련을 빌미삼아 북한 측에서 행사를 취소하고 한국 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또 다른 형식의 도발을 한다고 해서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윤 교수는 또 이번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실제로 개최된다 해도 그 이후 북한 측은 한국 측에 금강산 관광 재개나 비료지원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안드레아 버거(Andrea Berger) 연구원도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상봉행사 개최에 합의한 북한 측의 진정성도 과거 대남 평화공세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 과거에도 군사훈련 등 긴장 상황을 이유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행사가 취소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 측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 등 돌출 행동은 언제든 예상할 수 있다면서 설사 이번에 남북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린다 해도 6자회담 재개나 미북관계 개선 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핵포기와 관련된 성의 있는 행동을 보이기 전엔 한미 양측이 비핵화 회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클링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