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이 6일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를 촉구하며 하루 전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계획의 이행을 재고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남측은 한미 군사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6일 대남 성명을 통해 “대화와 침략전쟁연습은 양립할 수 없다”면서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하루전 남북 적십자 접촉 와중에 미국의 B-52 전략 폭격기가 서해 상공으로 출격해 훈련한 점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험천만한 핵전쟁 연습 마당에서 치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미 군사훈련이 지속될 경우 상봉 행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어떠한 경우에도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계속 준수되어야만 아까 제가 말씀드린 신뢰가 쌓이는 남북관계가 만들어지고, 남북관계의 발전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지 않을까…
국방부는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이 “한반도 방위를 위한 방어성격의 연례적인 훈련”이라며, “이산가족 상봉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이 언급한 B-52 폭격기의 출격과 관련해 국방부의 한 소식통은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전북 군산 직도 상공 일대에서 5일 훈련을 한 것으로 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습니다. B-52 폭격기는 1년에 수차례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해 훈련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8월에도 북측은 B-52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출격을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찾을 예정이던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바 있습니다.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여전히 문제삼고 있는 가운데 하루 전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열기로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이틀 정도가 ‘키 리졸브’ 훈련 기간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휘소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은 이달 마지막 주에 시작돼 약 2주간 실시되며, 실제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은 3월 초에 본격화해 4월 중하순까지 이어집니다.
작년 9월에도 북측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남측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연기를 발표해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