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이산가족 상봉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초조함이 배어 있는데요.
상봉을 앞둔 한 이산가족을 노재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6.25 전쟁 때 가족들과 헤어져 혼자 월남했다는 이선종 할아버지. 올해로 82살인 그는 몇 해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어 건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걷기조차 어려운데 지난해 추석 상봉이 무산되면서 그 충격으로 건강은 더 악화됐습니다. 서울에서 멀리 금강산까지 가야 하기에 남은 체력도 최대한 아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화 통화를 하기로 한 18일에도 말하기조차 힘이 든다고 해 대신 부인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씨는 함경남도 북청이 고향입니다. 두고 온 부모님과 세 동생을 금방 다시 만나게 될 줄 알았지만 벌써 63년이 흘렀습니다.
10년 전 우연히 중국에 있는 사람을 통해 어머니 사진과 동생의 편지도 구했지만, 이번 상봉 과정에서 남동생은 죽고 여동생 둘만 남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선종 씨의 아내 :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 적십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남동생은 5년 전에 죽고 여동생 2명이 살아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상봉을 앞둔 요즘 그는 아내에게 똑같은 말을 자주 건넵니다. “동생들을 보게 된 것이 꿈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밤잠을 설칩니다.
이선종 씨의 아내 : 주무시다 깨시다 몇 번씩 그러시죠.
그러는 남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내는 이번 상봉길에 꼭 함께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북한 적십사 측에서 연로한 아내보다 젊은 아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늙은이 하나 더 가면 불편해서 그러겠지”라며 애써 마음을 달랬습니다.
이날 남편이 가져갈 짐들을 챙긴 아내는 지난해 추석 상봉이 무산되면서 넣어두었던 선물도 다시 꺼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선종 씨의 아내 : 내복이랑 약품 몇 개 좀 샀습니다.
60여 년을 기다린 이산상봉의 꿈. 대부분이 고령인 이산가족들은 초조함 속에 상봉의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