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 개최에 합의한 가운데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미주 한인들도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내 한인 비영리단체인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남북한 간 긴장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에도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며 기대감을 피력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앞서 북한의 핵실험과 전쟁 위협 등으로 미주 한인들이 가졌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게 감소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남북한 간 협력 움직임을 계기로 재차 적극적으로 미주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차희 사무총장: 한국의 움직임은 저희에게 무척 고무적입니다. 저희는 미국 정부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위원회 내에서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최근 다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3월 인터넷 웹 사이트(www.dividedfamiliesusa.org)를 만들어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상봉 신청을 받기 시작했지만 여건 상 그 사이트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면서 조속히 사이트 내용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단 미국 내 거주하는 한인 중 이산가족의 현황을 파악하고 상봉 신청을 원하는 이들의 명단을 작성해 이 사업에 우호적인 미국 정치인과 국무부 측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란 설명입니다.
또 다른 미국 내 한인 민간단체인 ‘북가주 이북5도민 연합회’도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와는 별도로 북한 측과 비공식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가주 이북5도민 연합회’의 백행기 사무총장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해 말부터 북한 측과 접촉해 미주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북한 측은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사는 한인 실향민 3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받았다면서 이미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이들의 북한 현지 가족들의 생사와 주소 파악을 의뢰했다고 말했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미국의 적십자사와 국무부 측의 도움을 받아 재미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간 미국과 북한 정부의 관계로 볼 때 조만간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고 싶은 재미 한인들이 너무 고령이라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백행기 사무총장: 지금 남아계신 분들이 최하 80세입니다. 앞으로 10년이면 90세가 넘으시고 1세대 분들 대부분 돌아가시게 됩니다. 가시고 싶어도 비행기도 못 타시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백 사무총장은 또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순수하게 인도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행기 사무총장: 남북한이 어떠니, 미북관계가 어떠니 이런 것은 관계가 없습니다. 내 가족을 찾고, 보고 싶고, 내 부모 형제가 그립고... 이념을 초월한 것으로 봐야지, 정치적 상황이 개입되면 절대 가능하지 않습니다.
백 사무총장은 최근 상봉을 신청한 3명의 한인 실향민의 경우, 이들의 북한 내 가족들의 생사와 주소 확인에 3개월에서 6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르면 내년 봄 이들의 방북을 통한 가족 상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