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가족 상봉 전격 연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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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전격 연기한 데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 갈등 가능성 등 여러 배경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는 23일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I refer you to the ROK government on this issue.)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고령 노인들의 가족 상봉 행사를 전격 무산시킨 북한에 대한 실망감과 관련한 질문에도 더는 말할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

남북한 간 문제니 만큼 미국 정부가 특별히 입장을 내놓을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순수한 인도주의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북한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이번 북한의 갑작스러운 행사 연기 배경엔 한국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고 또 북한 내부의 갈등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 박근혜 정부에 북한 측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고 내부의 갈등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 측 주장에 끌려가지 않고 원칙 있는 대북정책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한국 일각의 주장에 반감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 내부의 갈등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남북관계 진전 움직임에 대한 북한 군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 그동안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군부 보다는 노동당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 당국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연계시키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일부 성의를 보이면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곧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전격 연기한 배경에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인한 경제적 이득에 연연하지 않고 그리 다급하지 않다는 모습을 내보이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경제적 필요 때문에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한국 측 요구대로 무조건 따를 것이란 기대는 오산이라는 걸 보여주려 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