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산가족 문제는 이른바 '가족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남한의 한 교양예능 전문 방송이 제작한 기록영화 '다녀오겠습니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산가족에게 준비된 이별은 없었습니다. 헤어지는 그 순간이 마지막인지도 몰랐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는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산가족 문제를 이른바 ‘가족권’의 시각에서 다룬 기록영화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남한의 tvN 방송이 제작한 4부작 기록영화 ‘다녀오겠습니다’는 독일과 대만의 이산가족 정책과 남북한 이산가족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이산가족의 만남이 ‘가족권' 보호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가족권’은 가족 구성원이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할 권리를 뜻하며 세계인권선언(1948년) 16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년) 23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23일 ‘다녀오겠습니다’를 상영한 이상록 감독은 이 작품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이상록 감독: 어떤 정책이나 정치적 문제를 다 떠나서 한 가족이 모여 살 수 있어야 하고 강제적으로 서로 헤어져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가족권'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진은 지난해 여름부터 1년 5개월간 남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160여명의 이산가족을 취재해 이 기록영화를 만들었고, 한국전쟁 65주년을 맞아 지난 6월 첫 방송했습니다.
이 감독과 함께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세 명의 이산가족은 대만이나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권’ 증진 차원에서 남북간에도 최소한 생사 확인과 편지 왕래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현재의 이산가족 상봉 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회 대표: 솔직히 말해서 100명씩 만나는 거 마땅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100명씩 만나면 얼마나 만나겠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남북간 이 가장 기본적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념 문제는 빼놓고 별도 용단을 내려서 남북 당국간 협의해서 편지 왕래라도 하게, 생사 확인이라도 하게 하는 걸 바라고 있습니다. 100명씩 만나게 하는 건 하나의 정치성 행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한 정부도 전면적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 그리고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아직은 “미온적”이라고 통일부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한편, 기록영화 ‘다녀오겠습니다’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음식을 소재로 삼아 북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설명하는 등 이채로운 시도를 해 주목을 끌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지난 7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기록영화는 오는 11월 브라질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대표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라고 제작진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