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열두살 나이에 탈북해 선교활동을 위한 재입북, 수 차례의 북송과 강제노동수용소 수감 등 험난한 고비를 넘기고 한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린 '평범한' 한 청년의 삶을 그린 책 '연어의 꿈'이 출간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함경남도 단천 출신의 28살 청년 강 디모데 씨는 2008년 한국에 정착해 현재 대학생입니다. 그는 지난해 고향의 친구와 결혼해 가정도 꾸렸습니다. 강 씨는 지난 10일 1천 만원, 약 8천 800달러를 들여 북한 체제와 수용소 내 인권유린의 참상, 그리고 종교탄압을 알리는 책 ‘연어의 꿈’을 출간했습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서까지 무리하게 책을 출간한 것은 북한의 감옥에서 만난 바울 형이 강 씨에게 북한의 인권 실태를 꼭 알려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한의 감옥에서 중국 피난처에서 3년 간 같이 살던 바울 형을 만났는데, 바울 형은 북송되기 전 중국에서 기독교를 접한 사실이 밝혀져 정치범 수용소로 이감됐습니다.
강 씨 : 북한(감옥)에 있을 때 중국에서 같이 성경공부를 했던 형님이 정치범 수용소로 가기 전에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해서 세계에 알려달라"는 부탁을 했었어요.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거예요.
최근 라오스에서 강제북송된 탈북청소년처럼 제3국에서 고통받는 탈북자들, 한국과 미국 등에 정착해 자유를 찾았지만 외로움 등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탈북자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실태 등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강 씨는 대다수 탈북자들이 쓴 책들이 판매 부진을 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이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선뜻 책으로 출간해 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서 빚을 얻어 자비로 책을 출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 씨는 12살이던 1998년 부모님과 중국으로 탈출했습니다. 당시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에 회의를 느껴 중국으로 갔다고 강 씨는 밝혔습니다. 할어버지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진을 닦다 떨어뜨린 것을 목격한 이웃의 고발로 적대계층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강 씨 : 그래서 민족 반역자 집안으로 낙인이 찍혀서 할아버지는 밤에 몰래 정치범수용소에 갔는지 어디가 죽임을 당했는지 모르고 그 이후로는 연락이 없고, 아버지는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출신성분을 엄밀하게 따지니까 아버지는 북한체제에 대해 늘 그러한 한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까만 딱지라고 하잖아요. 저희들은 살아가면서 늘 그런 한계에 부딪혔던 것 같아요.
중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접한 강 씨의 아버지는 요덕수용소로 강제북송돼 처형됐고, 어머니도 강제북송 도중 사망했습니다. 강 씨는 중국에서 10여 년을 돌봐준 선교사를 통해 얻은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재입북하고 강제북송돼 악명높은 단천 구류장과 ‘오로’라고 불리는 함경남도 함흥 영광군 ‘55호 노동단련대’ 등 감옥에도 수차례 수감됐습니다.
강 씨가 강제북송돼 1년을 보낸 ‘오로’에는 ‘불법월경자’들만 모아 놓은 감옥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수감자들 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세계를 목격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수감자들이 감옥에서 살아 나간다면 다시 목숨을 걸고 탈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 씨는 한국에 정착한 후 뉴질랜드, 러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홍콩 등 1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북한인권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그는 짧은 강연을 통해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달 25일에는 바이올린, 오르간, 춤 등의 특기를 가진 탈북자 친구들을 섭외해 책을 홍보하는 공연도 가질 계획입니다. 강 씨는 자신이 관리하는 탈북민.com 웹사이트처럼 북한 인권을 알리는 소통의 장을 더 많이 마련하고, 언젠가는 영어 번역본도 출간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