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2만 3천 명 시대. 고생 끝에 자유를 찾은 탈북청소년들이 남한생활에 곧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들의 남한생활을 돕기 위해 겨울방학을 맞아 학업을 보충할 수 있는 계절형 대안학교가 서울에서 열렸는데요.
탈북 청소년들의 배움의 현장을 황은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현장음)
지난 7일, 서울 수유동에 자리한 통일 교육원의 한 강의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립니다.
복도를 지나 학생들이 바쁘게 강의실로 들어갑니다.
겨울방학을 맞아 이곳 통일교육원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한겨레계절학교를 열었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밝고 쾌활해 보입니다.
선생님: 이분은 한 명의 남자입니다. 영작해볼 친구!
학생들: 저요. 저요.
이번 한겨례계절학교에 참가한 탈북청소년들은 모두 30여 명.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나이도 다양합니다. 서로 농담도 하고 선생님과도 격의 없이 말합니다.
[선생님들과 게임]
탈북청소년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은 역시 영어입니다.
탈북청소년 박순희 (가명)양과 이명실 (가명)양입니다.
박순희: 북한에서는 중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배우잖아요. 저는 중학교를 못 다녀서 못 배웠어요. 그래서 영어가 너무 어려운데 계절학교 와서 영어를 많이 배웠습니다.
이명실: 영어 기초가 미약하니까 제가 힘들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영어 같은 경우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한겨레계절학교에서는 영어 외에도 수학과 역사, 한문 등 다양한 과목들을 학습합니다.
하루 수업이 모두 끝나면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도 봅니다.
이명옥(가명) 양입니다.
이명옥: 시험을 보니까 제가 그동안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체크해 봐서 매우 좋고 점수가 낮은 과목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에도 학생들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기 위해 선생님으로부터 학습지도를 받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지도하는 황준원 교원은 기초지식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탈북학생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황준원: 탈북학생들이 학습 공백이 있으니까 중학교 2학년 부분은 알고 있는데 1학년 과목을 모르는 친구들이 간혹 있어요. 그다음 부분은 아는데 전 부분이 안 되니까 친구들이 많이 속상해합니다. 야간 자율학습시간에는 선생님들이 적다 보니까 봐달란 친구들이 많은데 봐줄 수 없을 때가 가장 힘듭니다.
해마다 1월 초에 열리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한겨레계절학교는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했습니다.
한겨레계절학교는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관합니다.
김미리 팀장입니다.
김미리: 한겨레계절학교는 2001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시작했을 때는 사실 대안학교의 개념도 없었고 탈북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가장 문제는 겨울방학 그리고 여름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온 친구들이 문제였습니다. 하나원 퇴소를 하면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길게는 3개월까지 놀게 돼서 이 친구들에게 교육을 하자는 취지에서 한겨레계절학교를 열게 되었습니다.
이번 계절학교에 참가한 탈북청소년 30여 명은 오는 16일까지 2주간 지도교원 13명과 함께 합숙하며 교육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