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한국정착 쉽지만은 않아”

0:00 / 0:00

ANC: 유럽의 한 국제연구기관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고충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탈북자들에게 한국생활이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잡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정치.외교분쟁 전문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이 14일 '집안의 이방인: 한국의 탈북자들(Strangers at Home: North Koreans in the South)'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탈북자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탈북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건강과 생활여건, 차별, 여성, 그리고 어린이 등의 항목으로 나눴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북한생활에서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이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1990년대에 시작된 기근으로 주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만성소화질환을 앓고 있으며 영양실조로 인한 면역력 결핍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취업난과 문화적 충돌,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언어사용과 왜곡된 언론보도 및 탈북자를 바라보는 한국 시민들의 선입견 때문에 차별을 받는 탈북자도 적지 않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한국에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나왔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갑자기 내던져졌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안찬일 소장 / 세계북한연구센터] "직업을 잡는게 어렵고 그 다음엔 문화적으로 이 한국사회가 생소한 땅이니까요. 지연, 학연, 혈연이 전혀 없는 땅이니까 토양이 다른 화분에 옮겨심은 화초처럼 적응이 잘 안되는 것입니다."

국제위기그룹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통일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당국이 탈북자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이고 수용하며, 탈북자를 대하는 한국 국민의 인식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안 소장은 탈북자 문제는 탈북자가 도울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배려해 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안찬일 소장] "(한국에) 먼저 와서 정착하고 성공한 탈북자들에게 후배 탈북자들을 정착시키고 가르치는 그런 일을 맡긴다면 오히려 (탈북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것이 정착에 더 빠른 길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영어교육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탈북자들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큰 어려움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