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탈북자 신동혁 씨가 자신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과 관련한 증언 내용을 번복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신씨의 자서전 집필자는 신 씨가 엄마와 형의 탈출 계획을 간수에게 밀고했을뿐 아니라 이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거짓 자백에 서명한 뒤 심한 자책감 속에 진실을 숨겨왔다고 밝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태어나 자란 경험을 국제사회에서 생생하게 증언해 북한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증언 내용을 최근 번복해 논란이 된 탈북자 신동혁.
신씨의 증언을 토대로 그의 자서전인 ‘14호 수용소 탈출’을 쓴 미국 언론인 블레인 하든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하든은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토론회에서 신씨가 비록 증언 일부를 바꾸긴 했지만 핵심 증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블레인 하든 : 그가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났다고 했는데 이는 많은 증거로 뒷받침됩니다.
그는 신씨가 유년시절을 18호 수용소에서 보낸 뒤 두 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14호 수용소로 보내져 처벌받았고 이 과정에서 고문당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신씨가 애초 증언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형을 밀고하고 거짓 자백서에 서명하는 등 배신한 데 대해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블레인 하든: 단지 어머니와 형이 탈출을 모의했다고 간수에게 밀고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거짓이란 걸 알면서도 간수가 내민, 엄마와 형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서류에 서명했기 때문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하든은 신씨가 이미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한국 정보기관에서 심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증언할 내용을 준비했고 이후 이를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고문 피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아픈 기억 중 일부를 생략해 기억하는 증세를 보였다는 겁니다.
다만 그도 신씨가 왜 애초 거짓으로 증언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습니다.
신씨는 자서전에서 14호 수용소에서 어머니와 형을 간수들에게 밀고했고 자신도 탈출했다고 증언했지만 실제로는 18호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이었다고 번복해 논란이 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