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평양순안공항 신청사에 이어 평양 쑥섬의 과학기술전당에도 장애인용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평양에 새로 문을 연 과학기술전당에 ‘장애자열람실’이 설치됐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한 서방 관광객이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광객은 그러나 문이 잠겨 있어 내부가 어떻게 꾸며져 있는지는 돌아보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주변에 열쇠를 가진 직원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는 지적입니다.
이 관광객이 제공한 사진에는 랩탑이라고 불리우는 소형컴퓨터 모양의 그림 옆에 ‘장애자열람실’이라고 적힌 푯말이 있는 입구가 보입니다. 깔끔한 현대식 문 윗부분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 104(2015)년 10월 27일 현지지도하신 장애자열람실’이라고 적힌 금테가 둘러진 빨간 네모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2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과학기술전당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80년대 인민대학습당을 지은 김일성 수령처럼 김 제1위원장이 ‘인민에게 선물로 안겨준 최신과학기술보급거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과학기술전당은 2014년 6월 김 제1위원장의 지시 후, 평양 쑥섬에 1년 여 만에 완공됐습니다. 10만 6천 600여 평방미터에 기초과학기술관, 응용과학기술관 등 실내과학전시장과 과학자 숙소 등이 마련되어 있고 태양열과 지열 등으로 조명과 냉난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장애인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시라큐스 대학 버튼 블랫 연구소(Burton Blatt Institute) 자넷 로드(Janet Lord) 박사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 같은 변화가 보여주기식 정책(window dressing)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드 박사: 북한은 2013년 7월 유엔 장애인협약에 서명했고 비준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지속적으로 참담한 장애인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장애인 인권법 전문가인 로드 박사는 북한이 2012년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 사상 처음 선수단을 파견하고 장애인 예술단의 해외 공연을 하는 한편 이처럼 평양의 공공건물에 장애인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 정책변화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시설은 평양 엘리트 계층이 주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 북한 장애인과 일반주민은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과학기술전당의 입장료는 외국인 어른의 경우 30위안, 미화 4달러 50센트 가량이라고 한 방문객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 발간 후 국제사회의 대북인권 개선 압박에 대해 정치적 영향이 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용이한 장애인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장애인 사업에 관여한 서방세계의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장애인올림픽 참가와 장애인권리협약 서명에 이은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한 장애인 인권 증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