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8월 한국에 입국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에서 통일부 출입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인권문제가 북한 외교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내년 말까지 핵개발을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인권 문제에서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2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통일부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금 북한 정권과 북한 외교 전반을 가장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인권 문제”라면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인권과 관련해 북한 정권이 “수세”에 몰렸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태 전 공사는 북측이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 표결을 포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는 한국 정부가 펼친 대북 인권 공세의 커다란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가 앞으로는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명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로 넘겨질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태 전 공사는 말하면서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이는 김정은이 곧 ‘범죄자’라는 것을 의미하고, 김정은에게 미래가 없다는 점을 알려주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측 당국은 “김정은이라는 세 글자가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북한 최고위층에 대한 철저한 정보 접근통제 실태에 대해서도 태 전 공사는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서열 2, 3위로 평가받고 있는 황병서와 최룡해 등 고위급 인사들조차도 당으로부터 ‘걸러진 정보’만 받는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외무성원이나 대남부서 성원이라면 평범한 인사라도 외부 정보를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은 외부 정보를 보지 못하면 정책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앙당 조직지도부 부장이나 당 정치국 위원 같은 고위직 인사들은 절대 외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면서 “정보의 차단이 이뤄지지 못하면 북한은 스스로 무너질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태영호 전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료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정권 인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물리적이고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들 것이라는 타산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곧 핵”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핵동결 대 제재 해제, 한미 합동군사(훈련) 해제와 같은 이러한 북한의 요구 사항을 들이대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략이라고…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수준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한국에 들어와 당국에 설명한 것은 북한 정권의 ‘핵 정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이 재외공관에 핵실험 일정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언론에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핵실험은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당국이 해외 공관에 핵실험 일정을 공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성이 태가이지만 북한군 대장이었던 태병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부인이 빨치산 1세대인 “오백룡 가문인 것은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한국 입국 경로와 시점은 밝히길 거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