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 악몽 때문에 잠 못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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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 26일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수용소 출신 탈북자 3명은 '요즘도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들이 꿈에 나타난다'면서,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를 상대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탈북자 세 명이 외신기자들 앞에서 자신들이 겪은 인권탄압의 사례를 진술하고 있습니다. 비참하고 고단했던 당시 수용소 생활이 지금도 눈앞에 선한 듯 하지만,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1970년부터 10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는 김영순 씨입니다.

김영순: 생명을 잃은 부모와 자식,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들을, 널도 없어서 거적에 둘둘 말아서 지게로 들고가 땅을 파고 묻은 사실...

새벽 4시 반부터 시작하는 중노동과 배고픔의 기억은 서울에서 생활하는 지금도 꿈속에서 악몽으로 되살아난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2000년부터 3년간 요덕 수용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다는 정광일 씨입니다.


정광일: 제가 대한민국에 온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요즘도 꿈을 꾸면 요덕에 다시 잡혀가서 추운 겨울에 나무를 끄는 꿈을 꾸거든요. 길이가 4미터 이상이 되는 나무를 쇠밧줄로 끌어야 합니다. 몇 일 전까지도 그런 꿈을 꿨어요. 밤에 그런 꿈을 꾸기 싫어서 술을 많이 마시고 자다보니, 이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않을 지경에까지 이르러서...

추운 겨울을 수용소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며 중노동을 하고 보낸 탓에 지금도 몸이 성한 곳이 없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1988년부터 4년 동안 요덕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김태진 씨입니다.

김태진: 현재도 계절에 관계없이 철제 의자에 앉으면 그 냉기를 아직도 느끼고, 많이 아파요. 특히 다리와 허리가 그래요. 지하철에 들어가면 위에서 바람을 쏴 주는데, 이걸 맞지 못해요. 바람이 굉장히 아프더라고요. 정상적인 분들은 잘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땀이 아무리 흘러도 그 바람을 항상 피해야 되요.

정광일 씨와 김태진 씨는 현재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를 위해 활동하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각각 사무총장과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이들은 지난 수 년 간 파악한 요덕수용소 내 혁명화구역 수감자 254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명단을 발표하는 이유는 북한의 인권 향상 위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이날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의 도희윤 공동대표는 말합니다.


도희윤: 특히 오늘 우리 기자분들이 받으신 자료는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겁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그 동안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있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행적, 그리고 어떤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최초의 자료입니다. 저희들은 이 자료를 오늘 이 발표에 이어서 유엔과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제출해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국제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명단에 오른 254명이 수용소에 갇힌 이유로는 탈북 시도가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첩 행위와 반체제 행위, 그리고 국가기밀 누설이 60명, 당의 권위 훼손과 반정부 음모가 47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와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가 적극 개입해 공식적인 현장조사가 이뤄지도록 북측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면서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탄압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에 던져진 중요한 인권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