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가 북 인권 상황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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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그나 카르타 800주년을 기념해 북한 인권 문제를 재조명하는 국제 인권 대회가 서울에서 11일 열렸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호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가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국가인권위원회와 연세휴먼리버티센터 등이 '마그나 카르타 800년: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찾아'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11일 공동 주최한 '서울인권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에 따라 북한 정권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 민주주의 시작을 알리고 영국 헌정 헌법의 기초가 된 문서입니다.

‘서울인권대화(Seoul Dialogue for Human Rights)’ 창립회의 조직위원장인 남한의 이정훈 인권대사는 “마그나 카르타가 채택된 지 80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지구의 한 구석에서는 전 국민이 탄압받고 있다”면서 “그곳은 다름아닌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정훈 인권대사: 북한은 세계인권선언의 30개 조항을 모두 위반하고 있는 세계 최악의 인권 국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마그나 카르타의 정신을 북한에 적용해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본 회의의 주 목적입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호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전세계가 침묵해선 안 된다”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세 라모스 호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 북한 주민들을 위해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라도 말입니다. 침묵을 지키고 체념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사항이 아닙니다. 이건 양심의 문제입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로 갖고 가는 방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2014년 2월 발표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호세 라모스 호르타 전 대통령은 3대 세습으로 인해 북한은 “공산주의 군주제”가 되었다면서 “세계사를 보면 거짓과 술수로 만들어진 제국과 정권은 언젠가는 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포 통치 속에서 사람들은 운명에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일어선다”며 “자유와 존엄을 위해 사람들이 일어설 그 시간이 북한에서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이정훈 인권대사는 이날 회의가 인권 활동가와 전문가, 그리고 정부 관료가 함께 참석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 인권회의를 제도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한국판 ‘샹그릴라 대화’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는 아시아안보회의(Asian Security Summit)의 별칭입니다. 2002년 창설된 이 대화체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매년 모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외교 안보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이날 서울인권회의에는 마이클 커비 전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 바로네스 버스컴 영국 상원의원,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 마틴 리 홍콩 민주당 설립자 등 인권과 관련한 저명인사가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