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억류 러 요트 선수들 “큰 정신적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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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한 뒤 돌아가던 중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러시아 요트 선수들이 나포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박에서 갑자기 고함소리와 함께 돌멩이와 부서진 의자 조각이 날아왔다.”

공해상을 지나던 중 배와함께 북한에 억류됐다 이틀만에 풀려난 러시아 요트 선수들이 17일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한 뒤 억류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한국 부산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로 항해하던 러시아 요트 ‘엘핀’ 호에 지난 13일 밤 북한 인공기를 단 낡은 어선이 빠르게 접근했습니다.

어선에 타고 있던 40여 명의 북한 어부들은 ‘러시아인들, 거기 서’라고 소리치며 돌멩이와 석탄, 부서진 의자 조각을 마구 내던졌습니다.

이후 북한 어부 한 명이 요트로 뛰어올라 작은 난투극이 벌어졌고 러시아 요트 선수들은 갑작스런 공격에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근에 있던 북한 선박 1척이 러시아 요트로 다가와 고의로 부딪쳐 선체가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은 어쩔줄을 몰라 당황해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도주하려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 2시간 가까이 계속된 실랑이 끝에 결국 러시아 선수들은 요트와 함께 북한에 나포됐으며 10시간 가까이 항해한 끝에 14일 오전 북한 김책항에 도착했습니다.

‘엘핀’ 호의 세르게이 도모비도프 일등항해사는 이날 회견에서 북한 어부들이 요트에 내걸린 러시아 국기를 보고도 막무가내로 나포를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선수들이 큰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어부들이 한글이 적힌 요트에 탄 러시아 선수들을 한국 스파이로 착각했다며 나포가 실수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외교부가 평양 주재 대사관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해명을 북한 측에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원 5명이 탄 ‘엘핀’ 호는 지난 5일부터 나흘간 한국 부산에서 열린 국제요트대회에 참가한 뒤 러시아로 되돌아가던 중 공해상에서 나포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