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중 국경지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2월 31일 40대로 보이는 탈북자 3명이 양강도 혜산 부근에서 압록강을 건너다 북한 경비병들의 총격에 의해 세 명 모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고 피랍탈북인권연대가 현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위상을 다져가는 과정에서 탈북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도 칼날처럼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12월 31일 해가 질 무렵, 북한 주민 3명이 량강도 혜산의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다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40대 중반의 남성으로 알려졌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2일 낮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중국 장백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협조자들이 있었고요. 사람들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총격 소리를 듣게 됐고, 넘어오던 사람들은 얼어붙은 강에서 총격에 의해서 쓰러졌고, 북한 경비대가 시체들을 끌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의 탈북을 돕기 위해 압록강 맞은편에 나와 있던 중국 쪽 사람들은 총에 맞아 죽는 북한 주민들을 그냥 바라만 봐야 했다고 도 대표는 당시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탈북자 단속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주민의 동요를 막고,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생긴 흐트러진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란 지적이 많습니다.
[인터뷰: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김정은이) 국경 경비에 대한 확실한 경계를 지시했고, 그 지시의 결과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고요. 탈북하는 주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행위는 향후에도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후계자 김정은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공식적으로 추대되면서 탈북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입니다.
중국 내 대북 소식통들은 국경경비대가 탈북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처럼 북한 경비대의 단속이 살벌한 적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국경지역에서 탈북자를 단속하는 부대를 대폭 강화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은 주민과 유착관계를 끊으려고 국경경비대의 근무지를 바꾸는 작업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 “사실 협조를 받아야 안정적으로 국경을 넘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탈북자가 그동안 자유의 땅으로 올 수 있었는데, 지금의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국경지역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는 비용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