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16일 발표한 '2009 인신매매 보고서(2009 Trafficking in Person Report)'에서 북한은 인신매매 상황이 최악인 3순위(Tier 3)로 분류됐습니다. 3순위는 북한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성매매와 강제 노동을 목적으로 인신매매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북한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 때문에 북한은 2003년 이후 7년 연속 3순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3페이지에 걸쳐 북한 여성과 소녀가 브로커의 꾐에 넘어가 중국인과 조선족의 신부로 팔리고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또 팔려간 북한 여성은 열악한 환경에서 성매매와 갖은 노동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또 팔려간 북한 여성들이 중국말을 잘 못하고 신분이 확실치 않아 강제 북송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매춘이나 인터넷의 화상 채팅을 이용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인신매매로 강제 결혼을 한 여성을 다시 납치해 다른 남자에게 되파는 사례도 많다며 한 여성이 여러 남자와 결혼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고통을 받다가 현재 남한으로 가기 위해 제 3국을 거치고 있는 탈북 여성 최 모씨와 이 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털어놨습니다.
이들은 인신매매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과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동안 외부세계와 단절된 농촌 마을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며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 처음에 중국 사람에게 팔려가서 한 20일 있었습니다. 그 기간에 같이 살던 중국 사람의 남동생이 꼬장했습니다. 나는 사람이라기보다 물건이었습니다.
이 씨: 남자 친구가 중국이 경제도 좋고 살기 좋다면서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산골에 사는 한족에게 절 팔아넘겼던 겁니다. 내가 도망 나오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교통도 불편하고 말도 통하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중국에 살고 있는 수만 명의 북한 주민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며, 이 가운데 80%는 인신매매로 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의 인신매매 퇴치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 디 배커(Luis C. de Baca) 대사는 북한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과 중국이 인신매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을 국제법에 의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Luis C. de Baca: 중국이나 북한 모두 인신매매의 피해를 입은 북한 여성을 보호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3순위에 속해 있는데, 많은 여성이 중국에 팔려가는 사례를 감시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또 중국도 그러길 바랍니다. 피해 여성들은 다시 정착할 수 있는 도움 대신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제법에 따라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인신매매의 피해를 줄이려면 북한 당국이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에 가하는 처벌을 없애고 피해자의 실상을 파악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북한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돕는 비정부기구를 도와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또 보고서는 인신매매 외에 북한의 노동력 착취에 관해서도 언급하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많게는 북한 근로자 7만여 명이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캄보디아 등지의 해외에 나가서 일하고 있지만 억압과 통제, 임금 착취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디 배커 대사는 이같은 인신매매와 노동력 착취가 범죄라고 강조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이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17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인신매매 보고서는 전 세계에 닥친 경제 위기가 인신매매를 증가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신매매 보고서는 3순위에 속한 나라로 북한을 비롯해 이란과 버마,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 17개 국가를 지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