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아침,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서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찰의 부검결과,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정확한 사망 시각은 10일 오전 9시 30분경입니다.
경찰은 보안요원이 황 전비서 집에서 함께 잠을 자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일단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안병정 서장의 말입니다.
안병정:
인기척이 없어 당직실 비상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 방안 욕실을 확인해 보니 욕조에서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앉아 사망한 채 발견된 것입니다.
또한 평소 왕성한 활동과 강한 정신력을 보였던 점으로 미뤄 자살의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황 전 비서의 시신은 서울 경찰병원에 옮겨질 예정이며, 현재 경찰병원에는 경찰 관계자와 몰려든 취재진들로 혼잡한 상태입니다.
황 전 비서의 사망 소식에 탈북자들을 비롯해 관련 기관들은 충격 속에서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함흥 출신의 탈북자 김흥광 씨입니다. 김 씨는 현재 탈북자 NK지식인연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김흥광: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연히 가야 하는 저세상이지만, 아직은 우리 탈북자 사회에 지도자로서 여러 가지 해야 할 막중한 일을 남기고 가셔서 안타깝고 애석하죠.
시민 단체들은 이념을 떠나 고인의 업적을 기리며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한국의 정치권도 애도물결에 동참했습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입니다.
배은희:
고인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며 고인의 업적을 초석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안보와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날 해외 주요 언론매체도 황장엽 전 비서의 사망소식을 서울발 기사로 신속히 보도했습니다.
1923년, 평안남도 강동 출신인 황 전 비서는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과 당 중앙위원회 비서, 그리고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북한의 대표적 지식인입니다.
북한의 소위 주체사상을 이념적으로 정립한 것으로 알려진 황 전 비서는 1997년 최측근 김덕홍씨와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망명 이후 지난 13년 동안 황 전 비서는 북한의 잇따른 암살위협 속에서도 김정일 체제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북한 민주화운동을 펼쳐왔습니다.
2007년 황장엽 전 비서의 육성입니다.
황장엽:
김정일은 독재의 옷을 벗는 것이 아니라 핵무장한 독재의 옷으로 갈아입었을 뿐입니다.
황 전 비서는 망명당시 북한에 부인 박승옥 씨와 2남 1녀를 두고 왔으나 모두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