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지난 10일 별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한의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북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북한 내부의 힘으로 독재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강조했는데요,
노정민 기자가 황 전 비서의 육성 발언을 정리해 봤습니다.
황장엽:
나의 취지는 북한의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그 체제하에서 신음하는 동포들이 해방되고, 거기에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세워지는 것, 이것을 우리가 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북한이 변화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담에서 밝힌 말입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는 북한의 독재체제가 무너져야 가능하며 군부를 비롯한 북한 내부적인 힘에 의해 북한의 체제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탈북자 문제는 북한 체제의 붕괴가 시작됐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북한의 독재체제가 약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황 전 비서는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근본이념인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이를 체계화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주체사상’을 가르치기도 했던 황 전 비서는 1997년 2월 “인민이 굶어 죽는데 무슨 사회주의냐?”며 한국으로 망명한 이후 줄곧 북한 체제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의 생각을 바꾸고 제한적인 개혁과 외부의 원조를 끊어주면 북한의 독재체제는 쉽게 붕괴될 수 있다고 황 전 비서는 강조했습니다.
황장엽:
인민들을 각성시켜서 이들의 반체제 운동을 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경우 내부적인 힘에 의해서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농촌을 사회주의 협동농장에서 개인 소유로 바꾸는 제한적인 자유만 허용돼도 외부에서 들어가는 영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하부에 있는 병사들이 먼저 일어납니다. 일단 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하부의 병사들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 후계체제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황 전 비서는 지난 3월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현 상황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에 대해 “그깟 놈을 알아서 뭐하냐”며 거침없이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또 황 전 비서는 북한의 후계 세습에 관해서도 독재에 관한 김 위원장의 수완이 탁월하며 김 위원장이 없는 조건에서 이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황 전 비서는 탈북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과시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과 함께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힘썼던 황 전 비서는 모든 탈북자 단체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위한 탈북자들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황장엽:
독재는 인류의 적이며 테러와 마찬가지이므로 북한주민을 도와주겠다는 선언은 맞다고 봅니다. 우리 탈북자들은 남한의 민주주의, 애국적 역량을 가지고 북한을 민주화화기 위해 이들을 도와 민주화를 하자는 것입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집대성하며 최고위층까지 올랐지만 “국민을 굶어 죽게 하는 김정일이 진짜 반역자다”, “김정일은 욕할 가치도 없는 녀석”이라며 북한의 독재 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사회의 실상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황 전 비서.
황 전 비서는 지난 5일에도 한국의 대북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에 “수백만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인 김정일이 권력을 3대째 물려주기 위해 철부지에게 대장 감투를 씌워놓고 인민을 우롱하며 민족을 망신시키고 있다”면서 북한의 3대 세습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노동당 당 창건 65주년인 지난 10일,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낸 날 황 전 비서는 87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