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혜산시당 선전부 철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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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김일성 주석의 석고상을 규정대로 옮기지 않았다고 선전부문 간부들이 대거 처벌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잘해보겠다고 벌려놓은 일로 인해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된 간부들을 보며 주민들도 황당해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노동당 양강도 혜산시당 선전선동부 간부들과 주변의 춘동협동농장 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받은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대학생 소식통은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양강도 선전선동부문 일꾼들의 ‘대논쟁’이 있었다”며 “‘대논쟁’ 결과 혜산시당 선전선동부가 해체되고 혜산시 춘동협동농장 간부들의 대부분도 해임 철직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도 “‘대논쟁’은 ‘사상투쟁’회의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사상검토’회의”라며 “애초에 ‘대논쟁’이 있다고 하면 몇 명쯤은 감옥에 가고 몇 명은 출당철직이 되리라는 걸 각오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혜산시당 선전비서, 선전부장, 선전부부장과 춘동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이 해임 철직되었고 그 외 시당 선전부 교양과장, 춘동협동농장 초급당 비서와 초급당 선전부비서, 지도원은 출당 철직되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한 양강도의 한 간부는 “일부 간부들의 해임철직으로 선전선동부문 일꾼들의 ‘대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 처벌받은 간부들에 대한 사법조사가 남아있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후 하루 동안에 가장 많은 간부들이 해임 철직된 사건이라며 양강도 선전선동부문 일꾼들의 ‘대논쟁’도 김정은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실시되었다고 못 박았습니다.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6월 초에 혜산시 춘동협동농장에서 있은 ‘김일성동지 혁명사상 연구실’ 꾸리기(리모델링) 사업이 발단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실’ 내부 공사를 하면서 김일성 주석의 석고상이 손상될 것을 우려한 혜산시당 선전부와 춘동협동농장 간부들이 중앙에 보고하지 않고 자의대로 석고상을 농장 초급당 위원회 사무실로 옮겼습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우상화 시설들은 사소한 것이라 해도 반드시 중앙에 보고하고 승인이 내려야 손을 대거나 움직일 수 있다는 불합리한 규정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건이 국가보위부에 의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보고됐고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해당 문제를 엄중히 다룰 데 대해 지시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