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대 구리광산 또 폐광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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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혜산시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 최대의 구리광산인 ‘혜산청년광산’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당장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12년 동안 복구한 갱들이 다시 침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최대의 구리광산인 혜산청년광산이 당국의 집요한 노력과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12년 동안 갖은 노력을 다해 복구한 갱들이 다시 가동 중지되어 침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혜산청년광산의 한 관계자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지난 4월 17일 합의문을 체결하기로 했던 ‘혜산청년광산’ 합영(투자)협상이 중국대방의 경영권 요구로 무산되고 말았다”며 “광산 일꾼들은 물론 노동자들까지도 ‘우리를 식민지화 하려는 날강도적인 요구’라며 몹시 격분해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합영대상자(투자자)는 30대 중반의 중국 조선족 여성이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10여차례 혜산청년광산을 둘러보면서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불발되고 말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혜산광업대학 광업학부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조모씨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이 지나 서로 합의문에 서명 할 것으로 소문났었는데 흐야무야 되고 말았다”며 “지금 당장 자금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자칫 광산이 다시 침수된다는 말이 나올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혜산청년광산은 우리나라(북한) 동매장량의 80%를 차지한다”며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나 살려보려고 애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조씨에 의하면 1960년대 중반에 개발된 혜산청년광산은 1978년 동 정광 1만톤 생산이라는 쾌거를 올렸고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5천톤 이상의 정광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문제로 광산노동자들이 출근을 못하고 여기에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광산은 급속히 침수되었고 수많은 기계설비들도 모두 수장되어 버렸습니다.

그후 혜산청년광산은 1998년, 김정일이 ‘혁명자금’ 명목으로 보내 준 680만 달러를 가지고 중국에서 배수설비들을 사오면서 2004년 5월까지 복구공사를 마쳤으나 자금난으로 다시 침수되었다가 지난해 7월에야 간신히 부분적인 조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1300명의 광산노동자들이 동원돼 한달에 30톤의 동정광을 생산하는 등 아직까지 정상조업을 하자면 ‘산 넘어 산’이라는게 조씨의 설명입니다. 당장 낡은 기계설비들을 교체하고 중국에서 사다 쓰는 전력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투자자와의 합영문제가 결렬된데 대해 조씨는 “우리 쪽에서 49%를 먹고 중국대방이 51%를 먹는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거절당했다”며 “그동안 투자자들이 너무 많이 바뀐데다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모두 돈만 떼어 함부로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사서 쓰는 전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월 초부터 단천-갑산사이 송전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설사 전기문제가 풀린다 해도 수명이 지난 기계설비들을 교체하지 않으면 광산의 침수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낡은 기계설비들을 폐기하고 새로운 설비들을 모두 교체하는데 2천만 달러 이상이 소요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씨는 “투자자들은 경영권과 인사권, 생산량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위에서는 ‘광산을 통째로 자기들에게 넘기라는 강도적 요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합의가 이루어 질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북한)와 무역을 해서 성공한 중국인이 있는지는 몰라도 자금을 투자했다 성공한 중국인들은 없다”며 “그 때문에 최근부터 투자에 나서는 중국인들이 너도 나도 경영권을 요구하고 있어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북한 당국이 처한 현실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