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이진서 기잡니다.
지금 가진 주민등록번호로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을 하는 남한 내 탈북자 수는 대략 7,700여 명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주한 중국 대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탈북자 신분이 들통이 나 비자, 즉 중국 방문 허가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특히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받고 기뻐하는 탈북자는 그동안 중국 방문의 길이 막혀 애태우던 이들입니다.
탈북자 박은실 씨입니다.
박은실: 2월 말에 신분증을 찾았습니다. 이제 중국 비자 신청을 해볼 예정입니다. 제 신랑은 주민등록번호를 양천구에서 새로 받았으니까 중국에 갈 수 있을 겁니다.
박 씨 부부는 남한에 정착하고 나서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2년 전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중국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가 나오지 않아 중국 내 사업체를 포기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남한 정부는 지난 99년부터 2005년 말까지 6년 동안 탈북자들에게 정착을 지원하는 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나서 거주지로 나갈 때 일괄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이 기간에 탈북자들이 받은 주민등록번호는 하나원이 있는 소재지를 나타내는 지역 번호가 공통으로 표기됐습니다.
<b>박은실: 2월 말에 신분증을 찾았습니다. 이제 중국 비자 신청을 해볼 예정입니다. 제 신랑은 주민등록번호를 양천구에서 새로 받았으니까 중국에 갈 수 있을 겁니다. </b> <br/>
이 때문에 어떤 탈북 여성은 중국에 두고 온 자녀를 보고 싶어 중국 방문 비자를 여러 번 신청했지만 중국 당국이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탈북자 신분을 알아채고 번번이 방문 허가서를 내주지 않아 크게 절망한 끝에 자살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탈북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고자 지난 2월 1일부터 한 번에 한해 주민등록번호를 고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에서 탈북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양천구인데 특히 탈북자 3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는 신정7동은 한 달 동안 이미 100여 명이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고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정용환 씨는 말합니다.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발급받은 탈북자들은 은행 계좌와 손 전화기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곳에는 당사자가 직접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야 하지만 나머지는 자동으로 행정적인 처리가 되고 있습니다.
정용환: 국가 자격증이나 부동산 관련 등기, 자동차 등록, 그리고 건강 관리공단에서 사용하는 주민등록번호는 자동으로 정정이 됩니다.
남한의 주민등록번호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을 구분하고 출생 지역이 어디인지 나타나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받고 나서도 탈북자들의 걱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탈북자 단체인 ‘숭의동지회’의 최청하 사무국장은 지적합니다.
최청하: 2월부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데 중국 대사관 측이 중국으로 여행이 잦다거나 기록이 복잡한 사람들은 명단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바꿔도 좀 의심스럽다고 생각되면 비자를 신청할 때 호적등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청하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정식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남한에 사는 탈북자가 비록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다 해도 중국을 자유롭게 여행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