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새로운 형태의 일련번호를 지난해부터 주민들에게 새로 발급한 신분증에 써 넣어서 개인 신상정보를 쉽게 알아내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근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새로 발급하기 시작한 신분증, 즉 공민증에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일련번호가 그것인데, 해당 주민의 거주지와 함께 적혀 있는 6자리 숫자가 그 사람의 배경을 설명한다는 겁니다.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유북한신문의 김주일 대표는 일반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번호 속에 개인은 물론 가족의 과거 이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암호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일 대표: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보위부 지도원들은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이 사람의 가족이 탈북을 했는지 안 했는지 또는 행방불명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보안규칙이 적용이 된 일련번호를 신분증에 새겨 넣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대북매체인 데일리NK도 지난 13일, 북중 국경지역에서 밀수를 하다 붙잡혀 수감됐던 한 북한주민이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 숫자에 담긴 과거 행적에 관한 정보 때문에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매체는 당시 이 북한주민이 여행증명서 발급 담당자로부터, “당신은 이 신분증을 갖고는 여행증명서를 받을 수 없을 거”란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만 17세가 되는 주민들에게 공민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할 당시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는 탈북자와 탈북자 가족 색출을 위한 조치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당국은 신분증을 여행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억압하는 강력한 통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