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의 이데올로기는?

0:00 / 0:00

MC: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은 김일성 사후 때처럼 또다시 유훈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유훈통치 이후 김정은 시대를 알리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나올 것인가 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 사설을 통해 ‘김정일 유훈’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지켜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일성 사후 유훈통치에 이어 두 번째 유훈통치 시대가 개막된 셈입니다.

18년 전 김정일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김일성 사후 3년이란 짧지 않은 기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그 명분 아래 공식 권력승계도 미룬 채 비상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이 기간 북한은 김일성의 권위를 빌어 유훈통치를 지속하면서 군부 주도의 위기관리체제를 운영했습니다.

[인터뷰: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김정일은 권력승계 과정에서 장자 계승론에 의해서 권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세대의 혁명 선배들의 도움으로 권력을 이양을 받았기 때문에 유훈통치가 불가피했습니다.”

김일성의 3주기 탈상을 마치며 유훈통치를 끝낸 북한은 1997년 10월 김정일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9월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체제도 새롭게 정비합니다.

김일성 사망 이후 겉돌던 국가체제를 추슬러 국방위원장 중심으로 전면 재편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김정일 시대를 연 것입니다.

체제 안정을 이룬 김정일 정권은 비로소 2000년에 눈을 밖으로 돌립니다.

6월에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고, 7월에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아 북-러 정상회담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행태를 볼 때 김정은 체제도 아버지 김정일 체제 출범 때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유훈통치 기간을 갖고 안정을 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터뷰: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 “김정일의 경우에는 김일성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로 유훈통치를 제시했다고 봐야 하고요. 지금의 김정은은 다릅니다. 북한 지도부로선 지금 당장 새로운 것을 제시할 상황이 아니므로 일단 김정일이 해왔던 것을 답습한다는 차원에서 즉 변화가 없다는 의미에서 유훈통치를 내세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훈통치는 말 그대로 죽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여전히 북한의 최고통치자이고 김정은은 그들의 대리인으로 역할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직 어린 김정은이 그것도 국정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를 제대로 통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북한 당국이 불가피하게 유훈통치를 선언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관건은 유훈통치의 기간인데, 김 위원장의 경우처럼 만 3년을 채우지는 않을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김정일의 이미지가 워낙 안 좋으니까요. 그리고 권력 기반이 약하니까 권력을 빨리 잡으려고 유훈 기간도 되도록 짧게 할 것입니다.”

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의 첫째 아들 김정남은 12일 일본 도쿄신문을 통해 김정은의 권력세습이 취약하고 그래서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은의 권력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유훈통치에서 벗어나려면 명실상부한 수령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의 하나로 독자적인 이데올로기를 제기할 가능성도 큽니다.

[인터뷰: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 “변화, 부흥국가 등 배고픈 주민들이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일으켜 세울 그런 이데올로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정일 때는 주민들에게 고난의 행군 시기를 이해시키고 인내를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 ‘붉은기사상’과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등을 꺼내 들었습니다.

결국 김정은도 유훈통치의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아버지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혁명과 건설을 도모할 새로운 실천이념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