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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중국으로 탈북해 지금껏 살아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에 입국을 결심했다는 한 전직 간부의 이야기가 북한 주민들속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그를 본래의 직장에 복귀 시키라고 지시했다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10년간이나 중국으로 도주해 살다가 애도기간 중에 자진 입북했다는 한 간부의 이야기를 놓고 김정은 위대성 교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주민들 사이에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복수의 대북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신의주의 소식통은 “후계자 김정은이 ‘애도기간’에 보여 준 사랑과 배려를 놓고 집중학습과 강연회가 벌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들 때문에 뒷소리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용서를 받은 한 간부의 실화를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학습하고 있다”며 “학습 내용을 가지고 조직별로 연구토론회와 감상문을 써서 바치도록 지시가 내렸다”고 알려왔습니다.
북한당국이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학습하라고 지시한 한 전직 간부의 실화는 후계자 김정은이야 말로 김일성 주석의 ‘광폭정치(廣幅政治)’, 김정일 위원장의 ‘인덕정치(仁悳政治)’를 완벽하게 지닌 위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자강도 만포시에서 무역관련 사업을 하던 이 간부는 지난 2002년, 사업소의 돈을 갈취한 죄로 검열을 받게 되자 가족들을 버린 채 중국으로 도주했습니다. 중국에서 무역거래를 하던 지인들의 도움으로 장사를 해 한평생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돈을 모았지만 그는 항상 조국을 배신한 자책감에 시달렸다는 것 입니다.
그러던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했다는 비보를 전해들은 그는 때늦게나마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자진해서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얘깁니다.
또 인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지닌 후계자 김정은이 그의 자진귀환에 대한 보고를 받고 비록 잘못은 있지만 ‘훌륭한 애국자’라고 칭찬하며 과거를 묻지 말고 전직에 복귀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학습하게 된 주민들은 가족들이 없었다면 그가 과연 돌아올 수 있었겠냐고 반문하며 후계자 김정은도 돈을 보고 그를 용서했을 것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국이 실화라고 선전하면서도 그의 정확한 직업이나 이름조차 밝히지 않아 대부분의 주민들은 내용이 크게 부풀려졌거나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한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