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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에 의해 통제가 가능한 오라스콤사의 공식적인 휴대전화보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중국 손전화가 북한의 체제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연구기관인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존 박(John Park) 선임연구원은 9일 북한 당국에 의해 통제되는 공식적인 손전화인 오라스콤사의 휴대전화는 값도 비싸고 기술도 좋아 ‘우월한 신분(the Haves)’의 상징이지만 값싼 중국 휴대전화가 오히려 북한의 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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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
: 오라스콤사의 휴대전화와 값싼 중국 손전화를 비교해 볼 때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중국 전화가 북한 사회에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북한의 새로운 변화(New Trends in North Korea)라는 학술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제공하는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격히 늘고 있지만, 부유층의 상징인 오라스콤의 합법적인 손전화는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게 가능하다고 박 선임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 장마당 등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중국 전화는 이미 북한 사회에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와의 심층 조사를 통해 북한의 장마당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 박 선임연구원은 국경지역에서 이뤄지는 중국과의 상거래에서 북한 주민은 중국산 불법 휴대 전화로 물건값이나 거래 조건 등의 정보를 활발하게 주고 받고 있고 이와 더불어 외부 세계의 소식도 신속하게 듣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또 2만 명이 넘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 70 퍼센트가 국경지역인 함경북도 출신이며 그들이 북한의 가족이나 친지에게 송금할 때 중국산 불법 휴대전화가 널리 사용되면서 수수료를 크게 낮췄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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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
: 중국의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는데 수일에서 수주가 걸렸습니다. 한달에 미화 100달러를 보낼 때 25%에서 30%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습니다. 중국 휴대전화 사용이 증가하면서, 수수료도 15%로 내렸고, 15분 만에 송금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불법적인 중국 휴대폰 사용자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도 장마당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은 뇌물을 주고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