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5개월치 월급털어 ‘김일성화’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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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태양절, 즉 16년 전에 사망한 김일성 생일을 기리기 위해 평양에서 진행된 '김일성화 축전'이 각광을 받았는데, 이 축전장의 꽃들은 대부분 충성경쟁을 위해 주민들이 외화를 주고 사서 진열하는 것들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4월 15일은 고 김일성 주석 생일 9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날을 맞아 북한에서는 각종 정치행사들이 다양하게 벌어졌습니다.

전 주민이 참여한다는 ‘4월의 봄 인민예술 축전’이 11일에 개막되어 선을 보이고 있고 14일 저녁에는 중국에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사들여온 축포를 쏘아 올려 평양상공을 황홀경에 빠뜨렸습니다.

그 중에는 12일에 개막된 '제12차 김일성화 축전장'을 찾는 주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습니다. 15일 조선 중앙텔레비전은 "김일성화 축전장에 내각과 중앙기관, 인민무력부, 대학, 무역기관 등에서 키워 전시한 김일성화를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천 명의 주민들과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내용>

"태양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신 위대한 수령님의 영상을 우러러 활짝 피어난 이 김일성화를 보면서 수많은 참관자들이 선뜻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는데 이 꽃을 피운 인민군 장병들의 심장의 목소리를 좀 듣고 싶습니다."

김일성화 축전은 1999년 4월에 처음 열린 이후 매년 개최되어 올해까지 12차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일성화는 김 주석이 1965년 4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던 중 스카르노 대통령이 선물한 난과(蘭科) 열대식물입니다. 북한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77년도부터 인데, 주민들에게는 ‘불멸의 꽃’, ‘혁명의 꽃’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1998년부터 우상화 선전을 위해 평양시를 비롯한 전국의 각 도, 시, 군과 공장, 기업소, 인민군 부대들에 김일성, 김정일화 온실을 수백 개나 짓고 꽃을 재배하게 했습니다.

북한은 이렇게 피운 꽃을 4월15일에 맞춰 김일성화 축전장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화가 열대식물이어서 북한에서 대중적으로 키우기가 어렵다고 평양의 한 무역기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에 나온 탈북자 김성희(가명. 43세)씨는 말했습니다.

그는 "김일성화는 열대식물이어서 비교적 높은 온도와 열대 습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맞추기가 어려웠다"면서 자기네 기관에서는 김일성, 김정일화 온실을 운영하는데만 해도 한해에 석탄 10여 톤 이상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기관이 더 멋있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가에 따라 충성심이 평가되기 때문에 김일성, 김정일화는 당 비서들이 직접 책임지고 관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평양출신 탈북자도 “한때 평양의 가정집들에서 김일성, 김정일화를 키우라는 지시가 있어 키워봤는데 아주 어려웠다"면서 "그래도 노동당에 입당하려는 사람들은 4.15가 되면 미화 20달러씩 주고 꽃을 사서 전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미화 20달러는 현재 암거래 시장 환율로 북한 돈 1만원, 노동자 월급 2천원의 5배에 달합니다.

북한은 이 열대 꽃들의 재배가 어려워 2000년부터 전국에 컴퓨터 장치를 비롯한 현대적인 재배기술을 갖춘 온실과 전시관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이것을 이용해 상술에 능한 중국인들은 중국 단동시에 김일성, 김정일화 온실을 만들고 거기서 피운 꽃을 2월16일과 4월 15일을 겨냥해 북한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제12차 김일성화 축전에 왕동평 총경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단동 김일성화 김정일화 온실대표단이 11일 평양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