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남한 재산 상속권 인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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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주민이 남한에 있는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 12일 법원의 조정이 성립됐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자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이 갖고 있는 남한 내 재산을 통일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명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이복형제 권모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조정이 성립됐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선친이 남한에서 남긴 유산에 대한 북한 주민의 상속권을 남한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겁니다.

소송은 2009년 2월에 시작됐으며, 이번 결과는 세 차례의 조정 절차 끝에 나왔습니다. 조정은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윤씨 측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입니다.

배금자:

우선 북한 주민도 남한의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걸 법원이 인정해 준 것이고요. 또 직접 (남한으로) 내려오진 못해도 남한의 변호사를 선임해서 이렇게 소송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 준, 그러니까 위임장의 효력을 인정해 준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남한에 내려온 윤씨의 선친이 남긴 재산은 대략 100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940만 달러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소송 양측은 조정을 통해 재산을 어떻게 나눴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윤씨 측의 재산은 부친과 함께 월남한 윤씨의 큰 누나가 관리하게 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례는 북한에 남겨진 이산가족들로 하여금 남한 법원에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무더기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이를 우려해 한국의 법무부는 북한 주민이 상속과 증여 등으로 남한에서 취득한 재산의 반출 방법 등을 제한하는 특례법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남한 내 재산에 대한 상속권은 인정하더라도, 그 재산을 북측으로 갖고 가는 건 제한하겠다는 뜻입니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이르면 7월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경북대 법대 이은정 교수입니다.

이은정:

상속이나 가족관계는 민법이 적용되는데요. 우리 민법은 남북 분단을 전제로 한 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례법이 필요한 거지요.

이 같은 법리적 측면의 설명과는 별개로, 특례법이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속 재산이 북측으로 넘어가더라도 소유권자에게 전달되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이 북한 당국에 의해 전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특례법의 핵심은 남한 내 북한 주민의 재산을 통일이 될 때까지 보호하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측 당사자에게 돈을 한 푼도 보내지 않는 건 아닙니다.

특례법에는 남한에 재산을 갖고 있는 북측 주민이 “기본적인 생계에 필요한 액수의 금액”을 남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하며, 그 액수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