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북 정보수집 체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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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총리 직속의 내각정보조사실장 등 책임자를 경질하고 북한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 체제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총리 직속의 내각정보조사실, 공안조사청, 외무성의 국제정보 총괄반, 방위성의 정보본부 등 일본의 각종 정보기관은 지난 19일 정오 북한 조선중앙 텔레비전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그의 사망 사실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내각정보조사실 등은 북한의 국영 방송이 19일 오전 10시 두 시간 후에 특별방송을 한다는 예고를 내보내자 “북한이 또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 방송을 청취하는 ‘라디오 프레스’가 김정일 사망 소식을 급전으로 타전하자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도쿄 신바시에서 가두연설을 하기 위해 승용차로 이동 중이던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 관저로 되돌아오도록 요청했습니다.

총리 관저로 되돌아 온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오후 1시경 긴급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한국, 미국, 중국과 협력하여 정보 수집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특별 방송을 예고한 것은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 이어 두 번째였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정보기관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내각 위기 관리센터와 내각정보조사실의 실장을 전격 교체하고, 일본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불리는 내각정보조사실을 확대 개편하여 대북 정보 수집 체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편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의 이즈카 시게오 회장은 28일 열린 집회에서 “북한의 권력이 이동하는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 올 수 없으니 일본 정부는 이를 쳐다만 보지 말고 직접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부친 시게루 씨도 “일본정부가 먼저 북한에 접근하는 자세를 보여야 납치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노다 정권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일본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도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2008년 8월 이후 중단된 북일 교섭을 재개하라고 촉구하면서, 일본의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북한에 특사로 파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앞으로 조전을 보낸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분향소가 마련된 조총련 산하 도쿄 조선문화회관을 방문하여 헌화했습니다.

한편 조총련 중앙본부와 각 지방본부는 29일 오전 11시부터 일제히 추도식을 거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