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북한 내정 전망 Q/A

2010년 북한의 정치와 경제 상황은 겉으로는 조용한 가운데 속으로는 상당한 변화가 있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됩니다. 경제 분야에서 북한은 작년 12월에 있었던 화폐 개혁에 따른 주민의 불만과 함께 만성적인 물자 부족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치 분야에서는 권력 세습의 가속화와 이에 수반하는 권력 판도의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됩니다. 올해의 북한 내정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내다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지난해에 단행된 화폐 개혁의 여파가 아직도 미치는 경제 분야부터 전망해볼까요?

기자:

북한은 계획경제 질서를 재편하려고 작년 12월 화폐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국가 통제를 벗어나려는 신흥 자산가 계급이 숨겨 놓았던 돈을 사실상 빼앗아 체제 안정을 기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이는 주민의 불만과 불신은 물론 물가 폭등을 초래했습니다. 북한이 독재 국가가 아니었다면 당장 폭동이 발생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화폐 개혁 후에 나타난 경제적 취약성의 노출, 통화 팽창의 조짐, 당국에 대한 주민의 불신과 불만은 올해 북한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당국이 화폐 개혁에 따른 후폭풍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를 만날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 경제는 올해도 이렇다할 조치가 없는 한 고질적인 물자 부족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전망됩니다.


앵커:

북한이 화폐 개혁 후의 경제 혼란을 빨리 수습하려면 올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합니까?


기자: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만성적인 물자 부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이번 화폐 개혁은 통화 팽창, 즉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도 부분적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물자 부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통화 팽창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물자 부족을 해결하려면 점진적으로 생산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생산 능력을 높이려면 개인기업을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자본 축적과 합리적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금융 체계를 어느 정도는 갖추어야 합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 방향보다 계획경제로 나가는 방향을 고수하며 생산성을 높일 능력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화폐 개혁을 한 목적대로라면 생산성 제고는 바랄 수가 없습니다.

앵커:

북한 정권이 국가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는 시장 세력을 누르려고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양측 간의 싸움은 끝났나요 아니면 2010년에도 계속될 전망인가요?


기자:

북한에서 ‘시장 장려 조치’가 2003년 3월에 나온 뒤 시장은 주민의 경제 생활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이유는 배급제가 무너진 부분을 이 시장이 담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시장화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정도가 됐다고 다수 대북 전문가는 말합니다. 북한 당국은 시장 세력의 생성, 돈맛을 본 관리의 부패, 민감한 정보의 유통과 같은 시장의 폐해를 인식하고 뒤늦게 이를 막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이 시장을 없애려면 주민이 먹고살 정도의 배급을 해야만 합니다. 당국은 이런 배급을 할 능력이 없어 시장을 허용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시장을 없애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가 1년 이상이나 이행되지 않는 점을 보면 북한에서 이미 상당히 진척된 시장화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화폐 개혁으로 시장화 세력에 한 방을 먹였지만 다시 밀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측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2010년에도 이어진다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자, 이제 화제를 바꿔서 3대 권력 세습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올해에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화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권력 세습화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 건강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정기적으로 혈액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알려진 세째 아들 김정은 씨가 권력을 승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김 위원장은 세째 아들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도 왕성한 현지 지도를 벌였던 것입니다. 공개 활동을 통해 후계자 수업과 국정 경험의 획득, 3대 세습의 명분 확보 등을 노렸다고 보입니다. 올해에도 현지 지도 이외에 관영 매체를 통한, 북한 당국의 선전과 선동 형식의 세습화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이 같은 권력의 세습화 작업에 힘입어 김정은 씨가 권력을 잘 승계할 수가 있을까요?

기자:

김 위원장이 유고(有故) 상황이면 세째 아들은 권력을 바로 승계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그럴 여건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그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밑에서 16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권력 세습과 관련해 많은 경력을 쌓았습니다. 반면 김정은 씨는 경우가 너무나 다릅니다. 그래서 세째 아들이 올해 권력을 바로 승계하는 경우를 맞아도 권력기관을 장악해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다수 대북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김 위원장도 이 부분을 매우 불안하게 생각한다고 보입니다.

앵커:

정치와 행정 경험에서 일천한 김정은 씨를 후계자로 만들려면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

장성택 부장은 올해 이 역할과 관련해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고 전망됩니다. 김 위원장이 세째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 주기 위해서 측근이자 친척인 장 부장에게 후견인 역할을 맡겼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장 부장은 현재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사실상 최고 권력을 휘두르며 측근을 국방위원회와 같은 최고 권력기관에 많이 포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많이 수행하는 점만 봐도 이는 거의 사실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권력 기반이 약한 세째 아들이 앞으로 장 부장과 관계를 잘 설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 부장의 부상과 더불어 장 부장 세력이 함께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3대 권력 세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로는 장 부장 이외에 어떤 인물이 있습니까?


기자:

장 부장은 김 위원장의 세째 아들을 후계자로 천거했고 김 위원장이 그의 후견인 역할을 맡겼다고 알려진 만큼 권력 세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보입니다. 여기에 국방위를 중심으로 하는 장 부장 계열의 사람들이 합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계열 인사로는 박명철 국방위 간사, 최룡해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가 있습니다. 또한 노동당 행정부장의 지시를 받는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 인사들도 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민보안성에선 주상성 인민보안상 겸 국방위원, 보위부에선 우동측 수석 부부장 겸 국방위원 등이 이 작업에 나선다고 관측됩니다. 우 수석 부부장은 작년 4월 김 위원장 부자 앞에서 충성 맹세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2010년 새해의 북한 내정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전망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