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문화어가 있다면, 한국에는 표준어가 있습니다. 남북한이 지난 60년 동안 단절된 탓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언어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요. 탈북자들의 언어 문제를 돕기 위해 한국의 국어교육원이 인터넷으로 ‘표준 발음 교실’을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정태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해서 탈북자 단체 일을 하고 있는 김은희씨(가명)는 북한 말씨나 어투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억양 때문에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볼까 두렵기도 합니다. 탈북자 김은희씨입니다.
김은희:
취업도 마찬가지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도 마찬가지... 어제는 감을 300원에 팔았는데, 오늘은 왜 450원에 올랐냐고 하니까, “아줌마 교포예요?” 첫 번째 바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건 일상이고, 그러니 취업 같은 건 얼마나 어렵겠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탈북 청소년 적응교육을 개발하는 최영실 연구원도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억양이라고 말합니다. 최영실 연구원의 말입니다.
최영실:
애들이 언어의 차이보다는 일단 애들이 억양이 다르니까. 거기서 애들이 위축감이 조금 있고.
이렇게 서로 다른 남북한의 언어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을 위해, 한국의 국립국어교육원은 서울대 이호영 교수와 함께 표준 발음 학습 인터넷 강의를 개발했습니다. 평소 북한 방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호영 교수는 탈북자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고자 이번 강의를 개발했다고 말합니다. 서울대 이호영 교수입니다.
이호영:
그분들의 정착에 조금이라도 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업을 했지요.
이호영 교수는 이를 위해 작년 8월부터 4개월 동안 공릉새터민정착지원센터에서 탈북자 40명을 대상으로 발음과 언어 습관을 조사했습니다. 이호영 교수의 말입니다.
이호영:
발음 규칙도 첫째를 우리가 ‘맏이[마지]’라고 하죠? 그런데 새터민들 중에는 [마디] 이렇게 발음하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가 ‘곧이[고지] 곧대로’라고 하는데, 새터민들 중에는 ‘[고디]곧대로’ 이렇게 발음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또 잘 알려진 발음 규칙인데 ‘역사’를 ‘력사’라고 한다든가 ‘노동’을 ‘로동’, 그리고 ‘여자’를 ‘녀자’ 이렇게 발음하는 분들도 있지요.
이번에 개발된 ‘표준 발음 교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음과 모음’, ‘발음 규칙’, ‘억양’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강의는 사례별 일화를 소개하면서 학습하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강의의 일부분입니다.
<구성: 인터넷 강의>
가게주인: 감자떡 괜찮으십니까?
여자: 정말 맛있어요. 아주머니. 이건 어떻게 만들었기에 이렇게 맛있는 거예요?
가게 주인: 온감자로 만들었습니다.
여자: 온감자요?
남자: 아, 통감자를 갈아서 만들었나보네.
가게주인: 아닙니다. 겨울에 꽁꽁 온감자로 만들었다 이겁니다.
남자: (웃음) 아니 아주머니, 그럼 온감자가 아니라 언감자라고 하셨어야죠.
학습 과정에서 자신의 발음을 녹음해 표준 발음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 ‘표준 발음 교실’의 특징입니다.
<구성: 인터넷 강의>
강의: 이제 지금까지 배웠던 억양을 연습해볼까요? “겨울에는 눈이 옵니다”에 억양을 연습해봅시다. 스피커 그림을 눌러 어떻게 발음하는지 들어볼까요?
탈북자들은 한국에 오면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사회적응 훈련 중 하나로 21시간의 언어교육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이한 남북한의 언어 차이에 비하면 교육 시간은 지극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호영 교수는 “발음 같은 경우에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이번에 만든 강의 자료를 활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인터넷 강의는 지난주부터 시험운영을 거쳐 15일 국어원 홈페이지에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