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 랴오닝성 시양(西洋)그룹이 북한에 거액을 투자하고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났다는 보도가 있은 후 북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이달 중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기간 중에 불거진 중국 랴오닝성 시양그룹(西洋集團)의 대북한 투자실패 사례가 중국기업들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북한 광산에 거액을 투자하고도 막상 생산이 개시되자 북한당국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쫓겨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 기업들이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광산에 투자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황해도 광산 현지를 방문하려던 중국 산동성의 한 기업은 시양그룹의 대북 투자실패 사례가 알려지면서 방북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회사는 동사회(이사회)의 반대로 사장을 비롯한 회사관계자들의 방북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당기업 사정에 밝은 중국의 소식통이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지금까지 북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는 소문은 있었지만 시양그룹처럼 언론에서 정식으로 밝힌 경우는 흔치 않았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가 대북투자에 신중히 대처하라는 경고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라고 기업의 동사회가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이밖에 대북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다른 기업들도 시양그룹 같은 거대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그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북한이 부당하게 나올 경우,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또 다른 소식통은 투자 상담을 위해 북한 입국 비자까지 받아 놓고 북한방문을 꺼리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북한 측 대방들이 “이번에 방북을 취소하면 앞으로 북한 입국은 어려울 것”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통보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양그룹은 중국내 500대 기업 중 하나인 굴지의 기업이고 이 기업의 북한 측 대방은 북한에서도 내로라하는 영봉연합무역총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2억 4천만 위안을 투자하고도 북한당국의 강압적인 계약해지로 쫓겨난 시양그룹의 억울한 사연은 지난 3일 중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바이두(百度)와 텐야(天涯)등에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이후 장성택 부위원장의 방중 기간인 지난 16일과 17일에 걸쳐 중국 인터넷 뉴스 포털사이트 대하망(大河網)등에서 이를 정식 기사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는 중국의 개인 휴대폰에 까지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는 등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졌고 중국 기업들에 대북한 투자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기사를 본 중국의 수많은 네티즌들은 “북한은 사기꾼이다. 이 같은 행위는 강도나 다름없다”는 등의 격한 반응과 함께 “한국 현대그룹의 금강산 자산을 몰수하고 직원을 추방한 사실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최근 중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나선지구에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려던 야타이그룹(亞泰集團)이 북한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대북투자에 대한 위험도 증가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