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사학위까지 받은 고급 IT, 즉 정보기술 인력을 중국에 파견하기 위해 중국 측 합작 상대를 물색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술 습득과 함께 외화 벌이까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풍부한 박사급 고급 기술 인력의 중국 파견을 추진중입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는 지난 9일 한 산하 기관 명의의 공고를 통해 북한의 IT 관련 기업이 중국 기업과 기술 교류와 합작을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15일 입수한 ‘북한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 교류, 합작’이라는 제목의 공고문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각종 전자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북한의 전문 IT 인력의 중국 파견이 추진중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특히 파견될 북한 IT 인력 대다수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전공 분야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록 기술 교류와 합작을 내걸긴 했지만, 박사급 고급 IT 인력의 중국 파견이 북중 양국 사이에 추진중인 것으로 드러난 건 이례적입니다. 올 들어 중국 내 IT 분야와 봉제, 식품 가공 공장, 그리고 건설 현장에 북한 노동자가 대거 투입되고 있지만 주로 단순 노동 제공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주요 외화습득 창구로 부상중인 북한 노동자의 중국 파견이 비록 제한적이나마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박사급 고급 기술자로 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여 주목됩니다. 특히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른 IT 분야의 속성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선 더 나은 외화벌이와 함께 기술 습득도 가능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에서도 IT산업이 성장하면서 전문 인력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미국의 IT 전문 잡지인 ‘ACM 커뮤니케이션’은 최근 대북 투자 자문사인 네덜란드의 GPI 컨설턴시 폴 치아 대표를 인용해 “북한의 숙련된 IT 인력이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치아 대표는 15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그 동안 북한이 유럽과 중국 등 해외 기업의 위탁을 받아 컴퓨터 프로그램을 생산했다며 북한 고급 IT 인력의 중국 파견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폴 치아 대표 : 북한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IT 인력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기본 기술력을 갖췄고 유럽과 중국 등에서 최신 기술도 습득해 왔습니다. 외부세계와 고립된 북한이 외국에 기술 인력을 파견하는 건 외국 기업과 유대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일입니다.
그는 특히 IT 산업의 특성상 중국 내 기존 인력 시장의 반발도 그리 크지 않을 걸로 전망했습니다.
폴 치아 대표 : IT 산업은 여전히 성장중이어서 인력이 부족한 분야가 많고 특히 숙련된 기술자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북 측은 이번 박사급 고급 IT 인력의 중국 파견 인원을 다섯 명으로 제시하면서 점차 중국 측 수요에 따라 파견 인원을 늘리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