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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두 달만에 이례적으로 최고인민회의를 다시 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 12기 3차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에 국방위원이자 노동당 행정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장성택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조선중앙TV: 장성택 대의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했습니다.
올해 64살인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으로 1970년대부터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는 1986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임명된 후 89년 당청년 및 3대혁명소조부장, 92년 당 중앙위 위원, 95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역임하는 등 2003년까지 출세가도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2004년'권력욕에 의한 분파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처벌을 받아 사실상 실각했다가 2006년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장성택은 2008년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 이후에는 후계자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회견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은 대내외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즉 화폐개혁부터 천안함 사건 등으로 나빠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장성택의 승진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유력한 셋째 아들 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장성택에게 맡겼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켄 고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셋째 아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는 과정에서 보호자(Protector)가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그 후보로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김 위원장은 가족들에게 의존하려는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수행한 빈도가 증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그동안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의 후계 구축을 이끌어 온 또다른 실세 리제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장성택보다 서열상 위에 있는 조명록 제1 부위원장의 건강 악화도 장성택을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내세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 같은 시점에서 김 위원장이 장성택에 대한 신임을 확고히 함으로써 앞으로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정은의 후계자 구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아무도 장성택에게 도전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했다는 분석입니다.
남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원도 이번 장성택의 승진은 지난 2일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한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의 공백을 메우고 동시에 후계 구도 정립 과정에서 장성택의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장: 그동안 장성택은 리제강과 함께 후계 지지세력의 인사 문제를 처리해 왔습니다. 이제부터 장성택이 과거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장성택이 그렇치 않아도 후계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데 앞으로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의 김광진 방문연구원은 앞서 가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실제로 지금 북한에서는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후계구도 준비가 한창이라며, 북한은 3대 세습 과정에서 김정일의 아들이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아래, 장성택을 내세워 지지세력을 형성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광진: 김정일의 세 아들 가운데 누가 되든지 장성택은 일정 기간 과도기에 섭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의 아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정일의 아들이 후계자가 안되고 다른 권력이 들어서더라도 장성택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북한은 또 이번 회의를 통해 내각총리도 김영일 총리에서 최영림(81) 평양시 당 책임비서로 교체했습니다. 1929년 생인 최영림은 고 김일성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책임서기를 세번이나 맡았고, 90년대엔 나진선봉 개발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따라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장성택과 최영림의 동시 발탁은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 승계문제를 대비하는 동시에 경제문제도 챙기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