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장성택 ‘가족정치’ 비난

앵커: 북한 체제가 김씨 일가 중심의 '가족정치' '족벌정치'로 변해가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권력을 휘두르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 부장을 서민적인 일꾼이라고 믿었던 주민들의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북한의 핵심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주민들 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나온 한 북한 관계자는 "요즘 조선(북한)에서 적지 않은 고위간부들이 교체됐는데, 이는 모두 장 부장의 작품이라는 여론이 평양을 중심으로 확산된다"면서 "'결국 집안끼리 다 해 먹는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숙청된 것은 장 부장과의 알력 때문이라고 대부분 주민들이 알고 있다"면서 "장 부장의 눈 밖에 난 간부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해 최근 북한 간부들의 분위기가 살벌함을 시사했습니다.

즉 장 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김경희 당비서 등과 함께 중앙당 간부사업과 인민군 장령들에 대한 간부사업을 주무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 북한 관계자는 "최근 숙청되거나 해임된 간부의 자리는 장 부장과 친한 사람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면서 "장 부장을 통하면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돌만큼 실제 권한을 휘두른다"고 말했습니다.

장 부장이 뒤에서 실권을 행사하자, 과거 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주민들은 "역시 권력을 잡으니 사람의 본색이 드러난다"며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장 부장이 김씨 일가의 높은 문턱을 넘어 사위로 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 그리고 분파조장 행위로 두 차례나 혁명화를 겪었던 수모에 대해 잘 아는 주민들은 내심 그가 '친서민적인 일꾼'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평양출신의 한 탈북 여성은 "2006년 장 부장이 수도건설 제1부부장을 맡아 평양시 난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의 지지가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 부장이 실권을 쥔 다음에는 오히려 인민들의 굶주림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나라 정치를 가족끼리 다 처리하는데 대해 "결국 집안끼리 다 해먹는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북한 외교관 출신의 한 고위 탈북자는 "스위스에서 장성택 부장과 며칠 동안 같이 지낸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겸손하고 유머스러웠다"면서도 "권력에 대한 욕심보다는 김정은을 도우면서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김 씨 일가에 대한 우상숭배가 압권 적이기 때문에 장 부장이 김정은을 배척하고 홀로서기 보다는 오히려 김정은을 후원하면서 권력안착에 충실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습니다.

2008년에 평양을 떠나온 한 탈북인사는 "장성택이 1990년대 중반 심화조 사건을 주도했고, 2007년에 그가 노동당 행정부장이 된 다음에 단행한 것도 신의주 비사회주의 검열"이라면서 "그도 정적을 숙청하는데 있어서는 날카로운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화조 사건 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숙청된 걸 보면 그도 온건한 개혁주의자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