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지도부가 최근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설립했지요. 그 의도를 놓고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 이유야 어찌 됐건 간에 장성택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됨으로써 북한의 권력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지난 4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 정치국이 나설만큼 북측 지도부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더 눈에 띄는 건 국가체육지도위원회의 수장으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임명됐다는 점입니다.
위원회 인적 구성도 화려합니다. 부위원장에는 로두철 내각 부총리, 최부일 부총참모장, 리영수 당 근로단체 부장이 각각 임명됐고, 김기남 당비서 등 32명이 체육지도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최영림 내각 총리, 최룡해 총정치국장, 현영철 총참모장 등 국가와 군대의 최고위급 인사들은 빠져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정군을 아우르는 신설 기구의 수장이 된 장성택의 위상은 더 강화된 걸로 봐야 한다고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말합니다.
정성장: 이번에 신설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빠져있고, 군부 인사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장성택의 섭정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장성택의 권력과 활동이 견제받기는 하겠지만, 당과 국가, 군대의 고위급 엘리트를 포함하는 새로운 기구의 수장을 맡았기 때문에 장성택은 김정은 다음가는 2인자로서의 강력한 권력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실상 권력 2인자인 장성택에게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자리를 준 것은 그만큼 김정은 제1비서의 이른바 ‘체육 강국’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국가 체육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됐을까?
우선, 농구를 좋아하는 김정은의 개인적 성향이 한몫한 것 같다고 서울에 있는 고위급 탈북자는 진단했습니다.
“게다가, 과학이나 기술 분야 등과는 달리 체육은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깨달은 듯 하다”고 이 탈북자는 덧붙입니다.
북한은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이뤄낸 이 같은 성과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활력소가 됐을 것이고, 이를 지켜본 북한 지도부가 체육이 갖고 있는 주민 결속력과 민족주의적 측면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이 탈북자는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아직 뚜렷한 활동 내역이 없기 때문에 신설 기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는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활동 방향은 추정이 가능합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남한이 과거 새마을 운동을 통해 국민의 결속을 이뤘듯이 북한은 체육을 통해 국가 차원의 단결과 애국심 고취,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