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1983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한으로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아리모토 게이코 씨의 생사 문제가 법정으로 비화됐습니다.
아리모토 게이코 씨의 부친 아키히로 씨와 모친 가야코 씨는 16일 언론인 다하라 소이치로 씨를 상대로 위자료 1천만엔 즉 1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소장을 고베 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다하라 씨는 지난 4월말에 방송된 '텔레비 아사히'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아리모토 게이코와 요코다 메구미는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외무성도 알고 있다"며 두 사람의 생존을 부정했습니다.
다하라 씨는 납치 피해자 가족모임의 항의를 받고 지난 5월말 "불쾌한 생각을 갖게 했다면 사과한다"며 아리모토 씨 가족들에게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다하라 씨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나카소네 히로후미 외상도 "다하라 씨의 발언은 대단히 유감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외무성은 생사를 알 수 없는 납치 피해자 전원이 생존해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베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모친 가야코 씨는 16일 "근거도 없이 게이코가 사망했다고 공공의 전파를 통해 주장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진상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소송을 제기 당한 언론인 다하라 씨는 "아리모토 씨가 사망했다고 한 것은 외무성 고위관리에게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한 발언"이라고 주장하면서 "납치 문제를 다루는 일본 정부의 자세를 비판할 목적에서 한 발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하라 씨는 또 "재판이 열리면 내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칠 생각"이라며 아리모토 씨가 사망했다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재판이 열리는 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생사 문제가 드디어 법정으로 비화됐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현재 아리모토 씨를 비롯한 17명을 납치 피해자로 정식 인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13명에 대한 납치를 인정하면서 그 중 8명은 사망하고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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