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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48) 씨가 20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 부모 등과 만날 예정입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대한 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가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김현희 씨는 90년3월에 사형 판결을 받고 그해 4월에 특별 사면 조치를 받았지만 “정치범을 제외하고 국내외에서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사람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일본의 출입국 관리법에 저촉돼 5월로 예정된 방일이 연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치바 게이코 법무 장관이 김현희 씨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특별 상륙 허가’를 발급하기로 함에 따라 20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김현희 씨는 또 바레인에서 구속될 당시 ‘하치야 마유미’란 이름의 일본의 위조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경찰은 그가 입국할 경우 위조 공문서 사용 혐의로 조사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은 정부가 김현희 씨를 공식 초정한 만큼 이번에는 이 문제를 불문에 부칠 방침입니다.
김현희 씨의 방일 일정과 숙소는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처럼 극비에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다시 크게 부각시키기 위해 김현희 씨가 요코다 메구미 씨가 납치된 니가타 시 해안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요코다 메구미 씨 부모 시게루(78) 씨와 사키에(75) 씨는 ‘“김현희 희 씨는 내 딸 메구미와 똑같은 희생자”라고 말하면서 “그를 만나면 꼭 손을 붙잡고 정말 큰 고생을 했다고 위로해 주고 싶다”고 일본 언론에 밝혔습니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현희 씨는 공작원 시절 북한에서 임신한 요코다 메구미 씨를 만난 적이 있으며, 메구미 씨가 만들어 준 한국 요리도 먹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 증언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김현희 씨는 방일 중 자신의 일본어 선생이었던 다구치 야에코 씨의 장남 이즈카 고이치로(34) 씨와 오빠 이즈카 시게오 씨 등을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김현희 씨는 작년 3월 부산에서 이들과 첫 대면 식을 가진 바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모임의 회장이기도 한 다구치 야에코 씨의 오빠 시게오 씨는 “김현희 씨야말로 납치문제에 대한 산 증인이기 때문에 그의 방일이 북한에게는 대단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