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납북자 가족, 전략적 대북 정책 촉구

0:00 / 0:00

MC:

일본인 납치 생존자 5명이 일본에 귀국한지 7주년을 맞아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납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하토야마 정권은 전략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인 납치 생존자 5명이 15일 ‘일본 귀환 7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일시 귀국하는 형태로 일본 땅을 밟은 그들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그대로 눌러 앉아 각자 고향에서 생활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정식 인정한 17명 중 12 명에 대한 안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그중 8명에 대한 납치를 인정하고, 그들이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납치재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작년 8월의 ‘선양 합의’를 백지로 환원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북일 정부간 교섭은 1년 이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하토야마 정권이 전략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예컨대 2002년10월에 귀국한 납치 생존자 하스이케 가오루 씨의 형이자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의 사무국장을 지낸 하스이케 도오루 씨는 최근 출판한 ‘납치, 좌우의 벽을 뛰어 넘어’라는 책에서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 일변도 정책을 강도 있게 비판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이 책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북한의 감정만 악화시킬 뿐 납치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피해자 구출과 연결시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이 먼저 대북 경제제재 일부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다음 북한에 납치 재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스이케 씨는 또 “일본의 정권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교체된 지금이야말로 ‘제재 일변도 대북 정책’에서 전환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라고 말하면서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지난 10일 북경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온가보(원자바오) 총리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한편 일본, 한국과도 관계를 개선하길 원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하토야마 총리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은 핵과 미사일 문제 뿐 아니라 납치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고 말하면서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신용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일 정상회담이 처음 열리고 납치 생존자가 귀국한지 7년이 지났지만, 북한과 일본이 다시 빗장을 풀고 대화를 재개하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