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김현희 국빈급 대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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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 씨가 나흘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23일 오후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부 여론은 일개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김현희 씨를 민주당 정권이 국빈처럼 대우했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일본을 처음 방문한 대한 항공기 폭파범 김현희 씨가 23일 오후 일본 정부 전세기 편으로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나흘간 일본에 머물면서 김현희 씨는 자신의 일본어 선생이었던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과 1년4개월 만에 재회한데 이어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 씨 부모를 처음 만났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김현희 씨가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20일 새벽 4시부터 나흘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매일 톱 뉴스로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마치 할리우드의 유명한 여배우가 일본을 방문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요코다 메구미 씨의 부모가 말한 대로 김현희 씨가 일본에서 풀어놓은 보따리 속에 납치문제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특정 실종자 문제 조사회의 아라키 가즈히로 대표는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큰 특정 실종자들의 사진을 대조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헬리콥터로 도쿄 유람을 시켰다”며 이번 방일 행사를 주관한 나카이 히로시 납치문제 담당 대신을 격렬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김현희 씨를 인천 국제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일본정부가 지불한 전세기의 운항 요금은 왕복 2천 만엔 즉 한국 돈으로 약 2억 원에 달합니다. 또 22일 낮 도쿄와 요코하마 관광을 위해 빌린 헬리콥터 운항 비용은 한 시간당 80만 엔 즉 약 8백 만원이 들었습니다. 김현희 씨가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 나가노 현 가루이자와 마을로 타고 간 고급 승용차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방일 때 사용한 ‘벤츠 S 클래스’로 밝혀졌습니다.

일본 경찰은 또 김현희 씨를 경비하기 위해 도쿄 경시청과 나가노 현 경찰관 100여명을 동원했으며, 김현희 씨가 통과하는 네거리 신호를 모두 파란 불로 바꾸는 등 미국의 각료 급 내지는 준 국빈 급에 해당하는 경비 체제를 펼쳤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김현희 씨가 방일한 대가로 3천만 엔 즉 한국 돈으로 3억 원을 지불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 졌습니다.

민주당 정권이 김현희 씨를 이같이 극진하게 대우한 대해 자민당의 다니가키 총재는 “대한 항공기를 폭파해 115명의 목숨을 빼앗은 국제 테러 실행범을 국빈처럼 대우한 것은 국제 사회의 비난의 대상이다”고 말하면서, 30일부터 시작하는 국회에서 김현희 씨를 초청한데 들어간 비용을 자세히 따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신문 인디펜던트 지도 “여객기를 폭파한 북한의 스파이가 일본에서 큰 환대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도저히 믿을 없을 수 있는 영화 같은 얘기”라고 비꼬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현희 씨의 방일 행사를 주관한 나카이 히로시 납치문제 담당 대신은 23일 “비록 김현희 씨가 새로운 납치 정보를 제공한 것은 없지만, 일본은 절대 납치 문제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22일 도쿄로 이동하면서 헬리콥터를 사용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극구 반대했지만 경비상의 문제를 고려해 내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현희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일본의 관계자들에게 “이번 방일이 폭파 사건 이후 첫 외국 나들이이자 마지막 해외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감상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