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학생 ‘제주소통캠프’ 특집] 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군 수송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남북 대학생들.
군 수송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남북 대학생들. (RFA PHOTO/ 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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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 이곳에서 펼쳐진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들의 특별한 동행, '남북 청년 소통 캠프'.

해군기지 방문부터 한라산 등반까지 이어진 2박 3일의 여정에서 남북 대학생들은 '소통'이란 단어의 의미를 깨달아갑니다.

낯설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나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남북 대학생의 잊지 못할 첫째날 동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군 수송기 탑승으로 시작한 특별한 경험

- 해군기지·문무대왕함 방문

- 제2연평해전의 영웅, 이희완 중령과 만남

- “나는 대한민국 국민, 우리 안보 끄떡없다”

'문무대왕함'을 방문해 함정의 성능과 해군 전투력을 체험한 남북 대학생들
'문무대왕함'을 방문해 함정의 성능과 해군 전투력을 체험한 남북 대학생들 (RFA PHOTO/ 노정민)

[현장음] "놓고 가시는 물건이 없는지 좌석 주변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뜻깊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여름의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린 8월, 남한에서 가장 크고 관광지로 유명한 섬 제주도에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이 모였습니다.

15명의 탈북 대학생과 13명의 남한 대학생이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소통 캠프에 참여한 건데요,


이번 캠프는 탈북 대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 5월, '6.25 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캠프', 6월의 '해병대 캠프', 그리고 7월의 '특전사 캠프'에 이어 네 번째입니다.

[현장음: 이영석 실장 (NAUH)] 우리가 먼저 소통이 돼야 합니다. 소통을 통해 통일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놀러 간다는 생각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 서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절반이에요. 서로 도와주셔야 해요. 특히 민간 항공기가 아닌 군 항공기를 타고 가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셔야 해요.

남북 대학생들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제주 민군복합항)이 전략적 가치와 임무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남북 대학생들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제주 민군복합항)이 전략적 가치와 임무 등을 살펴보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하고 해군사령부가 후원하면서 참가자들은 일반 항공기가 아닌 군 수송기를 타고 이동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캠프를 시작했는데요,

[현장음]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탈북 대학생도 남한 대학생도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김준섭: 남한 대학생] 사실 제가 북한에서 온 학생을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이번에 만나게 돼서 두렵기도 하고 긴장도 되거든요.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낯설었지만, 대화해 보니 원래 대한민국 사람인 것 같고 친구들, 형, 동생 같은 느낌이라서…

[박성현: 탈북대학생] 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니까 도전해보고 싶어서 하게 됐죠. 남북 학생들이 어떻게 협력하는가? 가 중요 포인트니까, 어떤 부분이 약하고 어떤 것을 고쳐야 하는지 그런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해봐야 알겠죠.

'문무대왕함'을 방문해 함정의 성능과 해군 전투력을 체험한 남북 대학생들.
'문무대왕함'을 방문해 함정의 성능과 해군 전투력을 체험한 남북 대학생들. (RFA PHOTO/ 조정민)

[현장음] 안녕하세요. 이곳은 여러분이 많이 듣고 보아왔던 제주 민군복합항인데요…

제주도에 도착해 남북 대학생들이 처음 향한 곳은 강정마을에 있는 해군기지이자 제주 민군복합항. 해군의 전략적 가치가 큰 곳으로 한반도에 전쟁이나 국지적 도발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해상 통로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해군기지의 역할과 해군의 노력을 살펴본 남북 대학생들은 실제로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문무대왕함'에도 올랐는데요,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강대국으로부터 한국을 지켜낼 차세대 구축함입니다.

웅장하면서도 늠름한 문무대왕함의 자태에 남북 대학생들의 탄성이 쏟아지는데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대한민국의 안보는 굳건했습니다.

[전소미: 남한 대학생] 일상생활에서 우리나라 안보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게 되잖아요. 그런데 해군기지를 견학하고 직접 문무대왕함에 들어가 내부 구조도 보고, 함장님 계신 곳까지 들어가 봤잖아요. 저는 (안보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분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다에서 힘써주셔서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2연평해전의 영웅, 이희완 중령으로부터 당시 교전 상황과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해 듣고 있다.
제2연평해전의 영웅, 이희완 중령으로부터 당시 교전 상황과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해 듣고 있다. (RFA PHOTO/ 노정민)

[이영석 실장] '탈북 대학생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대한민국 국민임을 당당히 밝힐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요, 여기 있는 국군 장병들과 탈북 대학생, 남한 대학생들이 국가 안보에 관심을 둔다면 큰 무리 없이 평화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국가에 대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이번 소통 캠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한창일 때에 진행됐습니다. 이 때문에 소통 캠프에는 한국의 안보에 관심을 두고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자는 취지도 포함됐는데요,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군의 선제공격에 맞서 싸우다 한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 중령. "당시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오직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모든 군사력에서 앞서는 한국은 북한과 천 번을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강연 내용이 남북 대학생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전소미: 남한 대학생] 그 강의가 제일 인상 깊었고, 생각나요. 그분은 현장에 계셨던 분이고, 심지어 부상까지 당해 일 년 가까이 누워계신 분인데,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뭐냐?'고 묻자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에…'라고 하셨어요. 이유가 없어요,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제가 어떤 국민이 될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해보자고 다짐하게 됐어요.

[이준열:북한 대학생] 북한에서는 연평해전 사건을 남한이 포격했다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 진실을 알게 됐고,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가장 감동적인 것은 '연평해전'이란 영화를 봤는데, 실제로 부함장님이 다친 것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팠고요…

캠프에 참가한 이준열 씨는 탈북자로서 제2연평해전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군에도 입대하고 싶었습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대부분 탈북 대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안보와 관련해 북한을 넘어 다른 나라의 위협에도 대비할 힘을 길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나는 대한민국 국민', '한국의 안보는 문제없다'는 인식이 탈북 대학생들의 마음에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성룡: 탈북대학생] 당장 북한만 놓고 보면 거의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통일이 되면 북한은 적이 아니잖아요. 그 외에도 강대국이 많은데 그들을 생각해 힘을 더 키워야 한다고 보고요, 지금은 육해공 모두 북한을 압도하는 전력이 있으니까 믿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열: 탈북대학생] 북한도 주적이지만,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있기 때문에 안보가 약해지면 어느 나라라도 침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해군 기지를 방문하고, 북한의 공격에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던 용사의 이야기를 들은 남북 대학생들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평화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대가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특히 남한 대학생, 해군 장병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안보'를 언급하는 탈북 대학생들의 진지한 모습과 눈빛에서 이미 한 마음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