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학생 ‘제주소통캠프’ 특집] ② “한라산을 오르며 탈북 과정이 떠올랐어요”

'남북청년 소통캠프'에 참가한 남북 대학생과 해군 장병이 함께 오른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남북청년 소통캠프'에 참가한 남북 대학생과 해군 장병이 함께 오른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RFA PHOTO/ 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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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 이곳에서 펼쳐진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들의 특별한 동행, '남북 청년 소통 캠프'.

해군기지 방문부터 한라산 등반까지 2박 3일의 여정에서 남북 대학생들은 '소통'이란 단어의 의미를 깨달아갑니다.

낯설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나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남북 대학생의 잊지 못할 둘째날 동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백록담 정상까지 8시간 이상의 등반

- 탈북 과정 중 라오스에서 넘었던 높은 산 생각나

- 남북 대학생들 함께 등반하며 소통과 이해의 시간 가져

- 한라산 정상에서 다 함께 외친 '통일'

[현장음] 남북 대학생들의 대화 소리~

'소통캠프' 둘째 날 아침을 맞은 남북 대학생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조별로 모였습니다.

오늘은 한라산 등반이 있는 날인데요, 한라산은 해발 1천950m의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까지 오르내리는 데만 최소 7~8시간이 걸립니다.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기에 아침부터 남북 대학생들의 마음도 평소와 다른데요, 특히 등반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 간식과 점심 준비까지 탈북 대학생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현장음] "간식이랑 같이 넣어서 돌아가면서 메고 가야 돼, 그리고 아무래도 뒤처지면 안 되니까 뒤에서 이끌어줘야 한단 말이야. 그것을 내가 뒤에서 할게. 그리고 앞에 설 사람?"

(여자분들이 힘들어서 못 올라가면 어떡하죠?, 자신 있어요?) 전 자신 있습니다. 당연하죠.

아직은 의욕이 앞서 보이는데요,

[김동현 국장(NAUH)] 혼자 가면 힘들지만, 다 같이 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팀장을 중심으로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여학생은 처음에 워낙 말라보여서 외모만 보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강단 있게 잘 하더라고요. 이 친구는 걱정이 안 돼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탄 남북 대학생들, 한라산 등반의 시작점인 성판악에 도착하니 전날에 만난 해군 장병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북 대학생과 장병들이 함께 한라산 정상까지 오르는 건데요, 다행히 날씨도 좋았습니다.

[현장음] 갈까요? 출발합니다. 출발~출발~ 출발

드디어 탈북 대학생 김성룡 씨의 출발 구호를 시작으로 1천950m 한라산 정상을 향한 등반이 시작됐습니다. 젊음을 앞세워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는데요,

[현장음: 음악 소리, 발걸음 소리]

[현장음] 한라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 앞으로 자주 오고 싶습니다. 어떠세요? 오시니까? 생각보다 괜찮으세요? 앞으로 9시간 정도 걸리는데…네, 그렇습니다.

등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차이가 납니다. 특히 탈북 대학생들이 저만큼 앞서가는데요, 전혀 힘들지 않은가 봅니다.

북한에서 몇 시간 동안 산을 탔던 경험도, 어린 시절 북한에서 산이나 암벽을 타고 놀았던 추억도 떠오르는데요, 그때의 기분으로 한라산을 오르는 탈북 대학생 김보미 씨. 발로 암벽등반을 하는 기분이라고 하네요.

[김보미: 탈북 여학생 ] 어릴 때 집 앞이 산이었어요. 암벽 같은 곳에서 놀고 그랬죠. (한라산이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인데…) 이렇게 온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올라갈 자신 있어요?) 아까도 말했는데, 손으로 하는 암벽등반을 발로 하는 느낌이에요.

한라산 등반을 앞둔 남북 대학생들과 해군 장병들.
한라산 등반을 앞둔 남북 대학생들과 해군 장병들. (RFA PHOTO/ 노정민)

남한에 정착한 지 올해 4년 차인 탈북 대학생 이준열 씨. 훗날 캐나다에서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인 준열 씨는 결코 쉽지 않은 한라산을 오르며 특별한 회상에 잠깁니다. 바로 탈북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큰 산이 떠오른 건데요,

대다수 탈북자는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향하는데, 라오스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높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지친 체력, 불안한 마음으로 10시간 이상 걸어야 했던 라오스의 산, 오늘 한라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때 당시와 크게 다릅니다.

[이준혁: 탈북 대학생] 사람들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중국에서 라오스, 태국으로 오는데 라오스에서 산을 넘는데 10~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제가 들었는데, 76세 어르신이 있었는데 그분도 12시간을 걸어오셨더라고요. 그런데 할머니가 걷지 못하셔서 같이 온 사람에게 업혀 12시간을 오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이야기가 생각났고요.

한라산을 오르며 힘든 탈북 과정을 떠올린 준열 씨에게 한국에서 사는 소감은 어떤지도 물어봤습니다.

[이준혁: 탈북 대학생] 여기 와보니까 시야가 넓어졌잖아요. 북한에서는 막힌 시야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전에 북한에서 '나쁘네'라고 느꼈던 것이 남한에서 생각해보니 '진짜 나쁘네' 이런 것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북한에 남아있는 또래 친구들이 너무 불쌍해요. 진짜로 가끔은 우는데요, 무언가 하나 주어지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점심시간] 김밥 맛이 꿀맛입니다. 먹었던 김밥 중에 가장 맛있습니다.

산을 오른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정상까지는 절반이 남았습니다. 중간에 있는 '진달래대피소'에 모여 김밥을 먹었는데요, 남북 대학생, 해군 장병이 한 데 모여 잠시나마 피로를 풉니다.

특히 해군 장병들에게도 이번 시간을 특별했는데요, 군 복무를 하면서 북한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지만, 탈북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북한 사람은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심낙영 일병] 탈북 대학생들이 우리와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른 점도 없고 한국인 같아서 '약간 오해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짧은 시간이지만, 또 같이 지내기에는 충분히 긴 것 같아서 잘 지내보겠습니다.

[최영우 일병] 아직 정상까지 반이나 남았다 싶지만, 벌써 반이나 걸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다 보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걷다 보니 드디어 한라산의 끝, 백록담입니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내렸는데요, 그런데도 이미 많은 사람이 정상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현장음] 사진이요, 하나, 둘, 셋!

짙은 안개 때문에 백록담 분화구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자신과 싸움에서 이겼다는 뿌듯함,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감동이 아쉬움을 달랬는데요, 아, 그리고 탈북 남학생과 여학생이 1등으로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답니다.

[김예림: 남한 대학생]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하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실제로 극복하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좋았고요, 탈북 대학생, 장병들과 같이 올라와서 혼자 올 때보다 훨씬 쉬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작은 통일이 모여 곧 큰 통일이 되지 않을까요?

[신 향: 탈북대학생]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친구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또 제가 살았던 고향에 대해 말해주고, 서로 알아가며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같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오니까 제 한계를 극복한 것 같아요.

[현장음]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

[송종섭 차장] 같이 지내보니 북한 청년들이 모두 우리와 똑같지 않습니까? '통일도 이렇게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라는 신념을 갖고 생활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올라오실 때 힘들고 어려웠을 때 청년들이 함께 손잡고 올라왔던 것처럼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 청년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맡은 역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총 8시간이 넘게 걸린 한라산 등반은 남북한 대학생들과 해군 장병들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삶과 자유를 찾아 이같은 산을 넘어야 하는 탈북자들의 '아픔', 남북한의 문화와 개인의 꿈을 나누며 마음을 열게 했던 '소통',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통일의 주역이 되겠다는 굳센 '다짐'

이 마음을 담아 남한의 가장 높은 곳에서 힘차게 외쳐봅니다.

[현장음] 통일로, 미래로!!!